[긴급점검]위기의 지역경제-4.취약한 금융구조

글 싣는 순서

1. 총괄
2. 유통업 초비상
3. 중소·벤처기업 붕괴
4. 취약한 금융구조
5. 겉만 호황인 건설업

"원자재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은행에서 대출받기도 힘들어져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싶습니다."

대전 대화공단에서 중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52)씨는 최근의 불경기를 이같이 표현하고 금융기관들의 여신정책을 토로했다.

이라크 전쟁 및 북핵 문제 등으로 고유가 및 환율상승이 지속되면서 원가부담이 늘어나고 내수경기가 부진해 매출이 급감, 대전·충남지역의 자금 흐름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경색된 채권시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은 신용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지역업체들에 대한 여신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지역업체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충남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 실사지수는 76으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며 2001년 1분기(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전지역 예금은행의 예대율이 74%로 광역시 평균 예대율(90.7%)에 비해 크게 낮은 점에 비춰볼 때 대출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작 대덕밸리 내 벤처업체들은 자금조달상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관계자는 "대덕연구단지, 대학, 유관기관들을 연계해 벤처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신용평가방법 개발을 구축하고 지역 금융기관의 여유자금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벤처캐피탈을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사용한도가 대폭 축소되고 은행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서민 경제는 더욱 황폐화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예금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확산되면서 서민 금융기관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고 정부의 지속적인 가계대출 억제책과 카드 돌려막기 금지 등의 조치로 인해 담보력이 약한 서민들은 고리의 대금업체와 사채업자들에게 떠밀리는 신세가 됐다.

대전중앙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구모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예년에 비해 30% 이상 매출이 하락하고 돈 빌리기도 쉽지 않아 하루하루가 막막하다"며 "가게 문을 닫기 전에는 돈이 돌아야 하므로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내·외적 경제 악화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돈줄이 막혀 지역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취약한 금융구조를 갖고 있는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하다.

대전지역의 경우,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하루 수억원에 이르는 매출액은 지역 금융기관에 유입되지 못하고 본사가 위치한 서울로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자금의 역외 유출은 갈수록 심화돼 중소기업 및 영세상인들의 자금난을 날로 가중시키고 있다.

충청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전지역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자금 역외유출 행태가 지속되는 한 취약한 산업기반을 갖고 있는 지역경제는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분권화시대에 맞춰 대형 유통업체를 현지 법인화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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