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 물러 갑니다."

강금실 열린 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5월 31일 밤 패배가 확인되자 운동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선거 캠프를 떠났다.

운동원들은 울고 있는데 그는 밝고 홀가분한 얼굴로 떠나 갔다.

국민 중심당 심대평대표는 2일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 나겠다"고 했다. 그 얼굴은 공직생활 40년에 없던 매우 어둡고 무거운 표정이었다.

강금실과 심대평 - 두 사람 다 패자이면서 한 쪽은 밝은 웃음이었고 다른 한 쪽은 정반대였다.

선거 때도 그랬다.

강금실씨는 패색이 짙어졌는 데도 투지와 끼를 백분 발휘했다. 그가 72시간 잠 안자고 릴레이 유세를 시작했을 때 국민중심당 후보들은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독무대가 되는 것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거행했다. 그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후보도 있었다. 그만큼 비장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삭발을 하지 않았다. 삭발한 후보들 가운데 서서 도보행진을 할 때 단정한 머리의 심대표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고 호소력을 높여 주지 못했다.

누군가 말했듯이 정치는 '끼'도 있고 '깡'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강금실씨는 지금 참패한 열린 우리당을 흔들고 있는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떠오르는 데 까지 이르렀다. '법무장관 강금실'이 '정치인 강금실'로 급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심 대표는 전국 정당의 정치지도자로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서울에 사는 충청인들은 느닷없이 성악가가 서울시장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하여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진짜 서울시장에 국민중심당이 도전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해보는 것인지… 서울만 그런게 아니다.

공천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무대위에 올려 놓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7명의 광역단체장을 공천했으나 1명도 당선시키지 못했고 충청권에서 최소한 2명의 시·도지사는 확보했어야 했는데 1명도 건지지 못했다. 심지어 대전, 충북에서는 기초단체장에 전패했고 충남에서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렇다할 전략도 없었다.

과거 '막대기만 꼽아도 자민련 후보면 당선'이라는 녹색 바람이 불던 때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바람을 일으킬 지도자도 없었다.

국민 중심당 지도부는 지금 '왜 충청권을 대변하는 우리를 충청인이 외면하는가?' 며 섭섭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를 대변하려면 서로 믿음이 통해야 한다. 기존의 충청권 지역을 대변하던 자민련을 그렇게 버렸으면 충청인들이 자민련에서 찾지 못했던 신선한 희망과 믿음을 국민중심당에서 찾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 출발부터 내홍이었고 권선택의원의 대전시장 후보 영입 실패, 창당주역 임영호씨의 탈당 등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 준 무기력과 리더십 부재에 지역민들은 점차 등을 돌렸음을 알아야 한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의 하나는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고백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잘못입니다' (메아 꿀뻬, 메아 꿀뻬, 메아 막시마 꿀뻬!) 하며 가슴을 친다.

열린 우리당의 최악의 참패도 '내 탓이오'로 돌려야하며, 국민 중심당 지도부도 심지어 심대표와 대립관계에 있던 사람들역시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려 말고 모두가 '내 탓이오!' 하고 가슴을 쳐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두 번 실망을 주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