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문화부장

5·31 지방선거가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국민중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열린우리당(당시 민주당)은 200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200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2003년 10월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그러나 2004년 4·15총선에서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승리을 안겨준 국민들은 이후 2004년 10월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2005년 4월 국회의원 및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그리고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열린우리당을 외면하고 또다시 참패를 안겨줬다. 정치권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표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압도적인 승리만큼 책임감도 무겁고 부담도 크다.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 결과에 자만해 국민의 아픔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이 잘해서 또는 잘할 것이라고 기대해서 한나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은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으로 표심이 한나라당으로 이동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것일 뿐이라고 한나라당의 승리를 폄하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도 잘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열린우리당도 참패로 인한 상실감으로 당이 술렁이고 있지만 실의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당이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을 추진해 다시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의 지지를 얻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사나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일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너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 등을 너무 홀대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전과 수도권 등의 당선현황만 봐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전의 경우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5곳, 광역의원 16곳 모두가 한나라당으로 채워졌다. 또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도 광역의원의 100%를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뿐만아니라 전남과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이 같이 1 당 독주체제가 형성됨에 따라 정치의 생명인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독선과 오만으로 얼룩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다수의 힘으로 국민의 뜻에 반하게 전횡을 일삼고 자리싸움이나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소수당을 배려하는 등 대승적 차원에서 지방정부를 이끌어야할 것이다. 또 자신이 국민과 약속한 공약도 반드시 지켜야겠지만 상대후보 공약도 검토해 지역발전과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도정에 적극 반영해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혼란의 최소화를 위해 급속한 방향전환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할 것이다. 또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나타나는 편가르기와 보복인사를 배제하고 함께 시·도정을 걱정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민심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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