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취약기를 맞아 자치단체들이 산불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땜질식 처방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산불 방지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 도입은 고사하고 산림감시에 절대적인 인력 확보조차 못할 지경이라니 체계적인 산불 예방활동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지만 산불이 가져오는 엄청난 피해를 감안한다면 산불 예방에 소요되는 예산의 우선적이고도 효율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일선 자치단체들은 산불 예방 사업비 가운데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해 이 같은 지원으로는 효과적인 산불 방지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진군의 경우 올해 산불 예방 사업비 2억5000만원 중 국비는 5000만원 정도로 나머지는 도비와 군비로 충당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여타 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재정자립도가 30%를 밑도는 자치단체가 아직 여럿 있다.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들이 산불 예방 사업비를 넉넉히 확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더욱이 산불 예방 사업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만도 아니다. 국비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산타령만 하다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자치단체들이 산불 예방 예산의 대부분을 산불감시원 등의 인건비로 충당하는 것도 문제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한 해 2억여원 남짓한 산불 방지 예산의 80% 이상을 산불 감시원의 운용비로 투입하고 있어 정작 산불 예방이나 진화에 필요한 장비 구입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불감시원 수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 넓은 면적을 관할하다 보니 감시활동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일부 자치단체들이 산불 감시원들의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공무원들을 산불예방활동요원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이 또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연의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뿐더러 휴일 근무수당이나 유류대 등 기본 경비조차 지원받지 못한 채 산불감시활동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연평균 500여건의 산불이 발생해 6000㏊의 아까운 산림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4월 청양지역에서 발화된 산불은 예산과 공주지역까지 덮쳐 임야 2200여㏊를 태우는 등 엄청난 피해를 내기도 했다. 산불로 훼손된 임야를 원상 회복하는 데는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 본보가 산불 예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이유도 생태계 파괴 등 산불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예산 부족으로 산불감시활동이 소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획기적 예산 지원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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