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편집부국장

최근 정부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용지에 번호를 부여해 로또처럼 복권 당첨의 기회를 제공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은 투표용지 한 장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습니다'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익광고 내용 대신 '작은 투표용지 한 장에 행운의 복권이 있습니다.'가 대신 등장, 국민의 실소를 자아낼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복권이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해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 하겠느냐고 짐짓 이해의 폭을 넓혀본다.?

그러나 국가가 투표에 까지 복권을 도입해 국민적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것도 말이 아니고, 복권당첨의 유혹에 이끌려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의 구겨진 자존심을 생각하니 만사 제쳐두고 말려야 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정부의 투표복권은 심상찮게 저조한 투표율에서 출발했다. 전국 지방선거 투표율은 98년 52.7%에서 2002년에는 48.8%로 절반을 넘지 못 했고, 40%대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보니 더 이상의 하락을 좌시할 수 없는 절박함에서 내놓은 궁여지책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방선거 투표율 한 가지로 국민들의 참여의식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97년 대선은 80.7%, 2002년에는 70.8%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70%대가 넘고, 국회의원 선거도 2000년에 57.2%로 떨어졌으나 2004년에 60.6%로 60%대를 넘었다.

정치 수준을 한차원 높은 곳으로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의 높은 참여율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투표율은 결코 절망을 논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제에 걸었던 기대에 대한 상실감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국가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 인센티브까지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더구나 앞을 다투어 쏟아내는 국가기관에 의한 신고포상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간 곱지 않은 이 시점에 또다시 한건 선보이고자 한다니 인센티브 문화의 지나친 남발이 우리 사회를 치유 불능의 중병에 들게 하지 않을까 저어된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확대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하고, 정부의 투표복권만이 불가피한 처방이라면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성숙한 지방자치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건전한 정치발전은 유권자의 참여만을 먹고 산다. 참여가 없는 무관심은 타락과 변질로 버무러버린 정치와 정치인들의 부패만을 양산할 뿐이므로 건전한 정치발전을 희망하는 유권자라면 참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참여에 인색한 유권자일수록 선거 후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의 등장에 혀를 차고, 안타까움에 목소리를 높여 본다. 하지만 기회는 이미 곁을 떠나버린 뒤며, 선량이 지방자치를 거꾸로 되돌리든 썩은 냄새를 피우든 4년 동안의 좌시만이 허락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활용하지 못 하면서도, 자신에게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한다. 참일꾼을 선택할 수 있는 찾아 온 기회를 애써 외면해버리고 사라져버린 기회를 논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자.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가 정치발전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며, 민주주의 완성을 향한 척도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번만은 투표를 통해 정치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당찬 소명의식으로 '참여의 5·31지방선거'를 만들어보자.

'나'의 투표 참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힘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내 이웃의 참여가 함께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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