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출장길에 공주를 지나면서 거리에 수없이 걸려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결 같이 새로 선출된 공주대학 총장이 총장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대학본부 이전 안을 백지화하라는 것이었다. 공주대학이 떠나면 '공주경제가 다 죽는다'는 것이다. 공주대학 교명 변경도 반대했다.

총장당선자는 경쟁력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교육시장과 환경을 고민한 끝에 내놓은 순수한 공약이었을 것이다. 공주시민들 역시 지역을 사랑하는 열정에서 캠퍼스이전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양측의 대화가 시작되고 좋은 중재안이 나올 것을 기대하지만 양쪽 모두 상처가 크다. 어쨌든, 이제 대학의 문제가 대학만의 것은 아니다.

대학은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 저편에서부터 우리들 안방으로 까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대학총장선거가 갈수록 지역에서 이슈화 되는 것도 대학이 지역사회와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정말 대학총장 선거에 대해 대학마다, 지방마다 말도 많다.

대학의 총장선거는 투표가 끝나는 날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총장에 취임한 사람도 취임 그 순간부터 4년 내내 다음 선거에 연임하기 위한 전략에 들어가야 한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교수를 골라 보직을 주고 논공행상 인사도 하고…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떨어진 교수는 다시 4년후의 도전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모함은 계속되고 냉소와 반목은 24시간 캠퍼스를 오염시킨다.

이처럼 정치판의 혼탁선거를 뺨치는 대학총장선거풍토 속에 어떻게 국제경쟁력 있는 대학이 탄생하겠는가.

오죽했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학선거를 주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제주교대는 전임총장 임기가 끝난지 1년 넘도록 교수들 편가르기 싸움 때문에 총장을 뽑지 못해 정부가 개입하는 사태가 있었다.

충북대에서는 교직원들의 선거참여권 확대를 둘러싸고 총장실 점거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었다.

한밭대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총장선출이 오랜 표류 끝에 가까스로 합의를 이루어 새 총장선출에 들어 갔다.

따라서 '대학총장 직선제는 삼류 민주주의'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대학은 지금 현재의 서머스총장의 후임을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직선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총장선발위원회'를 구성, 학내외를 통털어 유능한 총장을 골라낸다. 2000년의 경우 이 '선발위원회'에서 8개월 동안의 긴 시간을 두고 400명에 이르는 후보를 1차로 선발, 검증작업을 벌였다.

이들 후보중에는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 부통령을 지낸 고어도 포함됐지만 위원회는 현재의 로런스 서머스를 선출했었다.

세계 명문대학들의 총장선출방식은 대개가 그렇다.

그래야만 과열되지 않고 냉정하게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여 유능한 총장을 선출할 수 있고 대학은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발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도 총장선발이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되었다. 총장추천위원회 같은 간선방식으로 해야만 필요한 경우 하버드나 미국의 명문대학들처럼 유능한 총장을 모셔 올 수 있다.

대학사회가 정치판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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