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례 평안내과 원장

간은 인체의 우상복부에 위치하고 크기는 1500g이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장기이다. 간은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고, 지방대사, 음식물이나 약물을 해독하는 주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훼손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우연한 기회에 진단되거나 증상 없이 지속되다가 진행된 간경변증, 간암에 이른 상태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만성 경과를 보이는 간 질환의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약, 자가면역성 질환, 선천성 대사 질환이 있다. 알코올성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만성 간 질환의 원인이며 증상이 거의 없어 신체검사나 건강검진 등에서 발견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으로 염증성 변화없이 단순한 지방의 간내 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방간이란 간 중량의 5%를 초과하는 간내 지방 축적을 말하며, 임상적으로는 광학현미경상 보이는 간세포의 5% 이상이 지방을 함유하고 있을 때를 말한다. 대부분 중성지방이 침착되는 것으로 생각되나, 다른 종류의 지방이 침착될 수도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내 지방의 분포 양상에 따라 대수포성 지방간과 소수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 비만, 당뇨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대수포성 지방간이 대개 가벼운 증상의 만성 경과를 밟는 데 반해, 선천성 대사질환, 임신성 지방간, 라이 증후군 등에서 보이는 소수포성 지방간은 급성경과를 보인다. 지방간은 무증상 간기능 이상자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양성 경과를 취하는 완전회복이 가능한 상태로 간주돼 왔으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일부에서는 알코올성 간염과 유사한 염증반응이 동반되며 간경변증으로 이행될 수 있어 최근 임상적으로 간과될 수 없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간세포에서 존재하는 중성지방은 음식에 포함된 잉여지방과 지방조직에 저장돼 있던 중성지방이 지방산으로 분해돼 간으로 이동한 경우, 간에서 합성되는 3가지 경로를 통해서 생성된다. 지방간은 간내 지질대사의 장애로 특히 중성지방의 축적과 배출의 불균형에 의해서 발생한다.
생성기전은 말초에서 간으로 식이지방이나 지방산의 운반 증가, 간세포 내 지방산의 생성 증가나 산화 감소, 간 밖으로 중성지방의 배출 감소 등 크게 3가지로 설명되고 있다. 비만, 당뇨, 기아 등에서 관찰되는 지방간은 주로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말초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의 증가로 지방산의 간으로의 운반 증가에 의해 생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만성알코올 중독자의 대부분에서 관찰되며, 몇차례의 상당량의 음주로도 수일내 지방간이 될 수 있다. 대개 금주 후 3~4주 이내에는 지방간이 호전되나, 음주자의 일부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하루 40~80g의 알코올 섭취를 지속하면 알코올성 간 질환의 위험이 높고, 비만, 당뇨가 있는 경우, 여성의 경우, 심한 지방간이 있는 환자는 적은 양의 알코올에도 간 질환이 진행할 위험이 크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병적으로 비만한 성인의 80~90%에서 발견되며, 정상체중에서도 지방간이 동반될 수 있다. 체중감량으로 지방간의 정도 및 간기능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금식을 통한 지나친 체중감소는 지방간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간경변증의 발생이 일반인보다 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당뇨 환자의 약 50%에서 지방간이 확인되며, 비만한 환자가 당뇨가 병발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당뇨병환자에서 간경변증의 발생 위험은 대조군의 2배이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을 나타내는 대사 증후군의 경우 지방간의 위험이 99배 증가한다고 한다.

최근에 명명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알코올과 관계없이 간의 지방변성, 염증세포침윤, 간세포괴사가 조직검사에서 관찰되고 흔히 비만, 당뇨, 고지혈증이 동반되며, 10~15%에서 간경변증으로 이행될 수 있다. 치료는 우선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것이다. 비만이 동반된 환자는 체중감량이 중요하며 체중감량은 성인은 1주에 1600g, 소아는 1주에 500g 이상 감량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체중감량은 심한 지방간이 동반된 환자에서 염증괴사, 섬유화, 담즙정체 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뇨나 고지혈증이 동반된 환자들은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체중감량과 상관없이 간손상의 회복 혹은 손상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다.

옛말에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방섭취가 많아져 지방간이 점점 증가하고, 소아뿐 아니라 성인에서도 비만이 만성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지방간이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간을 살리는 길은 지속적인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의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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