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초등학교 화재 참사의 현장에서 꽃피운 어린이들의 인간애는 한마디로 살신성인의 극치였다. 제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구하기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른들도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일을 어린이들이 발휘했다는 점에서 새삼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시 6학년 학생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깊은 잠에 빠진 아우들을 깨워 먼저 내보내다가 자신들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는 것이 생존 학생들의 증언이다. 그러한 정황에선 행동발달이 더딘 저학년 어린이의 희생이 많을 법한데 고학년인 6학년 어린이에 집중된 것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어린 넋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 것인지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의로운 주검인 것이다.?

이들 어린이들이 보인 살신성인의 정신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 주기에 족하다. 아무리 세상 인심이 이기적이고 남의 생명과 재산을 하찮게 여기는 세태라지만, 우리들 인간의 내면 세계에는 착하디 착한 인간성이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들 어린이들의 죽음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자기보다도 남을 소중히 여기는 공덕심이 살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어린이들이 아비규환의 수라장에서도 자신의 안위는 돌볼 겨를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것은 오늘을 사는 모든 어른들에게도 귀감이 돼야 한다. 어른들도 당황하고 제 살길을 찾아 허둥대게 마련일 텐데 그들은 후배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희생은 더욱 소중하고 값지다.??

고학년 어린이들의 숭고한 헌신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자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이들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정신을 교과서에 반영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 교육 교재 차원에서만 이를 삽입할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교육부 인정 교과서에 이를 반영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천안초교 어린이들의 희생 정신은 충남뿐 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어린이들의 의로운 넋을 위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그들을 의사자(義死者)로 인정, 예우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이 세상의 의인들에게 응분의 보답이 있어야 하고 또한 의로운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위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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