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지난 주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의 애첩으로 나왔던 강성연 양을 대전의 한 행사장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우리 나라 영화 역사상 1200만명이라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가 자연히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새삼 주연배우에 못지 않는 조연배우의 중요성이 공감을 일으켰다.

사실 '왕의 남자'에서 광대 장생 역을 한 감우성이나 여자처럼 예쁘게 빠진 공길이 역을 한 이준기, 그리고 녹수 역의 강성연, 모두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조연배우를 잘 등장시켰다는 평이다.

전두환정권때 사라진 삼성그룹 소유의 TBC는 드라마에서만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비결이 조연배우를 잘 쓰는 것이었다.

특히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이 직접 조연배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일이 챙겼다. 그래서 당시 A급 주연 배우인 박노식, 강부자씨 등을 과감히 조연배우로 등장시키게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병철회장은 드라마 뿐 아니라 기업경영에서도 그런 정신을 도입했다고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전대통령은 JP를 포함해서 그때 그때 필요한 주연급 인물들을 조연으로 적절히 활용했고 전두환전대통령에게는 장세동이라는 든든한 조연배우가 있었다.

김영삼전대통령에게는 '우 형우(최형우), 좌 동영(김동영)' 이라 불릴 조연배우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정치에 실패한 것도 뛰어난 조연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대통령 뿐 아니라 기업하는 CEO나 정치인들에게도 주변에 얼마나 훌륭한 조연배우를 거느리고 있느냐가 성공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좀처럼 인기가 오르지 않는 정당들은 바로 이 교훈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 뛰어난 조연들이 신명나는 판을 벌이고 땀을 흘리며 관객(국민)을 사로잡는 '왕의 남자' 같은 정당이 나와 보라. 누가 박수를 치지 않겠는가.

특히 충청권을 기반으로 출범했으면서도 지금껏 대전, 충남 시도지사후보조차 못내는가 하면 '권선택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중심당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모두가 주연 같고 조연이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심대평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측과 뒤늦게 뛰어든 이인제의원측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영남출신이면서 공동대표를 맡았던 신국환의원은 '심대평·이인제 대전시장·충남지사 출마'라는 최후통첩을 보내 탈당수순까지 밟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가졌거나 기업경영의 구상을 바꾸어 보려는 사람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조연배우 철학'을 생각해 보고, 영화 '왕의 남자'를 감상하길 권한다. 그리고 그 조연들로 하여금 관객을 끌 신명나는 판을 만들게 하라. 관객들도 덩달아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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