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위기의 지역경제-1.총괄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지속되는 유가상승,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라크 전쟁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것 하나 호재가 없다.이러한 상황 속에 기반이 취약한 충청권 기업과 소점포 상인들은 대책 없이 경기 회생만 고대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본보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각 분야별 실태를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註>

글 싣는 순서

1. 총괄
2. 유통업 초비상
3. 중소·벤처기업 붕괴
4. 취약한 금융구조
5. 겉만 호황인 건설업

요즘 상인들이 내뱉는 "못 살겠어"란 말이 이전처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행정수도 이전설이 불거지며 타 지역에서는 충청권이 마치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대전·충남지역 경제인들의 속내는 썩어만 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굳게 닫은 소비주체들의 지갑 문이 열리지 않으며 가는 곳마다 돈 가뭄에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하는 기업들의 애절한 절규가 메아리치고 있다.

재래시장의 몰락과 더불어 최근 수년간 사세를 키워가던 백화점과 대형상가들은 역대 최고의 매출부진 속에 풍전등화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 업체를 시작으로 부도의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대전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히는 둔산지역에 매출 부진을 이유로 폐업하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고, 구도심은 인적을 찾기조차 어려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업소마다 내걸린 원색의 플래카드 임대 안내문은 경기불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점심식사 예약을 위해 평소 이용했던 음식점 3곳에 전화를 걸었다가 모두 폐업한 것을 안 회사원 김모(35)씨는 "상황이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며 혀를 찼다.

택시 운전기사인 백모(49)씨도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빈 차로 운행하는 일이 허다해 근무시간 중 절반은 아예 차를 세워 놓고 있다"며 열리지 않는 주머니 사정을 전했다.

벤처기업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대덕구 오정동에서 식품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윤모(47)씨는 "월 평균 7000만원에 달하던 매출이 400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호전될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직원들의 급여일인 매달 20일이 가까워 오면 편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인한 저축심리가 위축되면서 전 금융권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소규모 금고나 조합 등은 늪에 빠진 지역경제의 현실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기업이나 상인들의 투자성 대출은 종적을 감추고 가계 대출만 늘어가는 기형적 구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반의 경색 속에 채소류와 생필품 등의 물가 인상은 지속되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 피폐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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