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과학기술특구 조기지정 촉구를 위한 움직임이 드디어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느닷없이 인천 송도를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IT(정보기술)·R&D(연구개발) 집적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나온 후 대전 시민의 심정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참여정부가 이를 촉발했다면 이제라도 빨리 매듭을 풀어 줘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오늘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방문, 대덕밸리를 '종합연구개발특구'로 조성해 줄 것을 건의키로 한 가운데 대전 지역 5개 구의원들과 시민들도 대덕연구단지 내 운동장에서 결의대회를 갖기로 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 역시 대전시와 공동 대응키로 한다는 방침 아래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할 것을 이미 합의해 놓은 상태다.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관계자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사전준비단(태스크포스팀)은 특구 지정의 정당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종합연구개발특구 지정 관철을 위한 범시민운동으로 번지도록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대덕밸리는 하루아침에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대덕연구단지와 이를 중심으로 조성된 대덕밸리의 잠재력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연구인프라를 쌓아 온 성과물이다. 이를 놓아둔 채 허허벌판인 인천 송도지역에 IT·R&D 집적지를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 대덕밸리는 지방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급두뇌가 몰려 있고, 연구 인프라가 구축된 한국의 대표적인 연구개발 집적지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간 투입된 막대한 정부지원과 과학기술계의 피나는 노력을 사장시킬 수는 없다. 조성 초기의 연구개발 중심에서 산·학·연 협동체제로 기능을 확대시키면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덕밸리를 특구로 지정해서 조세, 금융, 과학기술 및 인적자원의 지원을 집중한다면 21세기 동북아 경제 중심국 진입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한결 가까워지리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지역이기주의적인 요구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송도지구에 물리적으로 혁신집적지를 모아둔다고 해서 소기의 성과를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21세기 성장엔진은 대덕밸리에서 찾는 게 마땅하다. 분산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그간 축적해 온 대덕밸리의 인적·물적 연구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게 순리다. 박호군 과기부장관도 지난 20일 "대덕단지를 국제수준의 R&D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특구지정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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