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대전 도심구간 통과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지하화' 방침을 고수하던 임영호 동구청장이 '반(半)지하화'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1일 공청회에서 '지하화-지상화' 방안에 따른 열띤 공방이 있은 뒤에 반지하화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부고속철도 대전과 대구의 도심 통과 구간에 대한 결론은 오는 6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이해 당사자인 대전지역의 견해는 통일된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건설교통부가 고속철 도심구간 지하화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역에 투자할 경우 무조건 지상화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됐다. 자칫하다간 대전시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부에 의해 결론지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대전과 대구를 오가며 고속철도 도심구간 통과 방안 용역 설명회와 공청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지역여론을 떠보는 것부터가 수상쩍다. 정부는 이미 도심통과 노선을 지상화로 굳혀 놓고 명분쌓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대전시나 동구청이 조건부 지상화나 반 지하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 방침의 변화에 따른 대안제시인지 모르지만, 일관성 잃은 시책의 변화는 심히 마땅치가 않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기존 경부선과 고속철을 함께 지하화하는 것이고 시민들 또한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상 지자체는 마땅히 처음 방침대로 '지하화' 방안을 고수하면서 이를 관철시킬 수 있어야 옳았다. 대전시와 동구청이 보이고 있는 최근의 동향은 정부의 '지상화' 명분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고속철 도심구간 노선은 지상화-지하화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고 반지하화 방안 역시 현재 공사 중인 동서관통도로와 대동천을 거쳐야 하는 등 장애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뒤늦게 새로운 방안만 양산하기보다 똑같은 처지에 있는 대구시와 공조체제를 확립, 공동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경부고속철도는 그렇기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 차원의 접근 자세가 중요하다.

더욱이 대전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배후도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국제적인 안목에서의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다소 비용이 더 든다고 해서 주저하거나 지하화에 드는 추가비용을 지역발전에 썼으면 하는 눈앞의 욕심 때문에 시책을 바꾸는 모습은 좋아 보이질 않는다. 두고두고 후회될 일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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