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세칭 '대도 조세형'은 지금 교도소에서 절도죄로 3년 징역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형기를 다 마치면 그의 복역생활은 21년 6개월로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 된다.

조씨는 지난해 3월 치과의사집에 침입해 손목시계 등 165만원을 훔치다 경찰에 잡혔었다. '대도'(大盜)가 아니라 '좀도둑'이 돼 버린 것이다.

그 전해에는 일본에 까지 가서 좀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었다.

조씨는 한때나마 도둑질에서 손을 씻겠다고 선언하고 사회에 나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신앙도 갖게 되어 전도사까지 되었고 매스컴은 그를 아름답게 뻥튀기를 했다. 자신에 헌신적인 여인과 결혼하여 44평짜리 빌라에 사는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본색을 저버리지 못하고 밤에 남의 담을 넘는 일에 나서고 말았다.

'돼지 입에 립스틱을 바른들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는 토리 클라크 전 미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연상시키는 사건이다.

우리 속담에도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 '여우에 색칠한다고 호랑이 되나' 등 비슷한 말이 있다.

요즘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와 같은 꼴을 많이 보게 된다. 정당들이 자주 연수회도 하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하는 것 같았는데 '선거'라는 문에만 들어서면 전염병 같은 본색을 들어낸다. 공천 나눠먹기가 성행하고 줄세우기 등 구태가 만연하고 있다. 봄이 왔는데도 밥상에는 햇나물이 없고 묵은 김치뿐이다. 후보자들도 변함이 없다.

경상남도의 어느 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A당에 입당했으나 공천이 불확실해지자 B당으로 입당했다.

전라북도 현직 도지사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더니 돌연 불출마를 발표하고 향방을 감췄다.

인천의 한 구청장 후보는 A당으로 당선됐다가 중간에 B당으로 옮겼고 다시 A당으로 돌아와 공천을 신청했다. 빙빙 돌다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렇게 오직 공천을 위해 이 당, 저 당 헤매는 후보들이 수없이 많다. 당선 한탕주의로 '묻지마 영입'의 작태를 벌이고 있는 정당들도 문제다. 최소한의 정체성(正體性)도 없고 게임의 룰도 없다.

더욱 웃기는 것은 이들 모두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발전을 위해' '큰 봉사를 하기위해' '밀실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돼지입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책임한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로를 개설한다, 장학금을 지급한다, 동물원을 만들겠다… 이중에는 정부에서 할 일도 있고 대통령이라도 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러나 목숨걸고 임기내 해내겠다니 이야말로 돼지입에 립스틱을 바르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다행인것은 유권자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구경만 할 뿐 박수를 치지 않으니 선거분위기가 달아 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유권자들이여. 더 냉정해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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