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철

충북하면 교육도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충북, 그리고 청주하면 교육도시로 전 국민의 뇌리에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다.

일제강점기에서도 우리 지역의 선인들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교육열을 높여왔던 것이 후세에까지 그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해방이후 근대화 과정 속에서도 우리 지역은 이러한 교육열의를 유지해왔다.

그러한 교육열은 당대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만이 국가는 물론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도 많이 배출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충북은 과연 교육도시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학력신장 문제는 학교현장에서 책임질 일이라 하지만 우리 지역민들은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왔던 교육도시 위상에 맞는 교육마인드를 갖고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교육인프라 구축 등 외형적인 면에서 어느 하나 다른 지역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도세가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는 손을 놔서는 안 될 일인 것은 우리 지역 선인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인 교육을 방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 교육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부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정자립도 11.3%의 전남 해남군은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43억 1000만 원의 자치단체 예산을 교육경비로 내놓았다. 청주시와 비슷한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재정자립도 46.4%)도 이 기간동안 107억 8000만 원을 교육에 투자했다.

어느 자치단체가 얼마나 많은 예산을 교육 분야에 투자했는가 하는 수치적 개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들 자치단체들은 지역발전 돌파구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역을 흥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망하게 하는 것도 사람인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들 지역은 언젠가는 지방자치제를 반납하거나 파산까지 갈 지자체가 생겨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길만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다른 지역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첩경이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교육의 중요성을 몰랐을까?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를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교육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만 했지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실천에 옮기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출직 자치단체장들 역시 교육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물론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인식은 하고 있지만 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했던가 아니면 표를 의식한 나머지 투자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두었던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된다.

선거철만 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공약중 하나가 교육이지만 막상 당선이 되면 실천의지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투자에 대해 당장 시급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나 그렇다면 지역발전 개념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에서도 교육발전을 위한 공약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형식적으로 끼워놓는 공약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될 자치단체장들은 교육투자가 선거철에만 써먹는 공약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왜 지역인재 육성이 중요한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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