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의 공주 고향집 뒷 뜰에 대나무가 무성했다. 어린시절 그는 다른 나무와 달리 대나무에 마디 마디 '매듭'이 있고 곧게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있는 것도 그 '매듭'이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대표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고향집 대나무와 그 '매듭'의 의미를 간직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무총리실에서 첫 공직을 시작한 이래 의정부 시장, 대전시장,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 그리고 관선지사 3년과 민선지사 11년 등 그의 40년 공직생활은 고향집 대나무처럼 그때 그때 '매듭'을 잘 맺어 주었다.

그러나 이제 심대평대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치'라는 또 다른 '매듭'을 맺어야 할 시점에 왔다.

지난주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지사직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 든 것이다.

당장 시급한 문제가 광역단체장 후보를 찾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의 인기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광역단체장선거는 국민중심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적어도 충청권 3개 시·도지사중 2곳을 차지하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정치대연합에서 지분을 차지하지 못한다. 1곳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상상하기 조차 두려운 결과가 올 것이다.

그런데 자민련의 녹색바람이 강하게 불던 옛날과는 달리 국민중심의 바람이 아직은 멀리 있다.

그때는 영·호남의 긴장된 대결로 지역바람이 일어나 '우리 충청도는 ㆍㆍ' 하며 덩달아 동반상승 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다. 정권자체가 대통령은 부산출신에 호남을 기반으로 당선됐고 지금은 호남에서 여당과 한나라당이 싸우는게 아니라 한나라당은 빠지고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이 호남 패권을 잡기 위해 서로 다투기에 바쁜 때문이다.

아랫묵이 뜨거워야 윗묵도 따뜻한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 심대평'의 또 하나 과제는 과거 같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국무총리 두 번에 '3金 시대'의 한 축이 되었던 JP와 같은 카리스마를 심대표가 어떤 형태로 재현할 수 있는 가이다.

충청권을 오히려 텃밭으로 생각하는 열린 우리당, 그리고 인구밀집지역인 충남서북부에서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세를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전국 정당으로 위상을 세우고 동시에 지역당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것, 그러면서 좌ㆍ우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와 지방분권을 당의 이념으로 설파해야하는 것, 이렇게 두 마리 토끼도 힘든데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심대표는 지난 24일 퇴임사에서 비장한 각오로 이렇게 말했다.

"ㆍㆍㆍ우리 충청이 중심이 되고, 리더가 되고, 선봉이 되어서 충청발 정치혁명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ㆍㆍㆍㆍ 이제부터, 저는 일등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뛰겠습니다ㆍㆍ"

과연 '정치인 심대평'이 '행정의 달인'에서 '정치의 달인'으로 까지 변신할 수 있을지, 그 시험대는 5·31 지방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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