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예비후보자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들이 지역의 봉사자로 나서겠다는데 덮어 놓고 탓할 수는 없으나 이로 인해 지방자치제가 정당의 이해득실에 휩쓸리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지방선거가 정치인의 전유물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대전과 충남·북지역 예비후보등록자 가운데 직업란에 정치인으로 기재한 예비후보자는 23%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 수치일 뿐 실제로는 직업을 포장해 등록한 정치인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방선거를 겨냥해 직업을 새로 만들거나 과장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셈이다. 선거법상 예비후보자에 대한 직업 규정이 없어 임의기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업을 포장해가면서까지 신분노출을 꺼리는 이유가 뭔가.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는 지방의원 유급제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영향이 크다. 지방의원 유급제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취지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정책적 역량을 키워 지방의회를 활성화시키자는데 있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분야별 전문가를 뽑아 지방자치를 알차게 꾸려보자는 것이다.

지방정치는 생활현장을 떠나 존립할 수 없는 생활자치다. 따라서 정치인을 선출한다기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유능한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라야 옳다. 지방행정을 감시할 만한 자격을 갖춘 인재를 바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의 지방의회가 일부 정객이나 토호세력의 이권 다툼장으로 전락한데 대한 반성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지방의원 유급제와 정당공천제 정착을 가늠하는 중대한 기로이자 시험무대이다. 전문가 출신들로 구성된 신인들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출할 경우 의회의 질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게 분명하다. 의회진출을 관망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운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민·관 협력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정당의 자기사람 심기는 경계할 대상이다. 인재영입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은 자충수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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