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지키자]재선충피해 부산현장을 가다

지난 17일 오전 9시 부산시 해운대구 육군 00부대 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현장.

00부대 내로 들어서기 전부터 부산시 곳곳의 야산에서는 비닐을 덮어쓴 소나무 더미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됐거나 의심되는 소나무들을 훈증처리해 놓은 것들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 규모는 막연하게 가졌던 추정치를 크게 초월했으며 00부대 내에서 여지없이 현실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산 등성이에는 푸른 소나무보다 붉은 소나무가 더 많아 마치 산불로 초토화된 산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또 산 허리 곳곳에는 훈증처리한 소나무 더미들이 공동묘지의 무덤들처럼 을씨년스럽게 너부러져 있었다.

그 바로 밑 파쇄현장의 기계들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됐거나 의심되는 소나무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고 있었다.

파쇄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마치 소나무들의 비명소리처럼 들리기에 충분했다.

육군 00부대는 지난 2001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단목이 발생된 이후 초기 방제에 실패했고 이후 2002~2004년 상반기가 지나는 동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지금까지 00부대의 피해는 해운대구 전체 발생본수(7만 9051본)의 50%와 부대 내 산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를 래했다.

군 관계자는 "발생 당시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금 이 지경이 됐다"며 "초기에라도 재선충병의 무서움을 알았다면 이렇게 확산되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00부대는 군 병력과 산림관계자 등 작업단 60명을 구성, 내달 10일까지를 목표로 임야 11.4㏊를 개벌 후 파쇄할 예정이다.

붉은 소나무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00부대에 이어 찾은 곳은 다음 방제작업지인 기장군 용궁사.

20여분간의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야산들 역시 식재된 소나무와 비닐무덤이 반반이었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소나무들도 깍지벌레 등 각종 병해충 감염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한 기장군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기장군 봉대산과 인근 군부대, 철마면, 일광면, 정관면, 정안읍, 한국수력원자력, ㈜한일물산, ㈜성창기업, 골프장 등 어느 한 곳도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기장군은 지난 1998면 철마면 고촌리 일원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2000년 160㏊(3694본, 누계치) ▲2001년 168㏊(4217본) ▲2002년 208㏊(1만 6471본) ▲2003년 240㏊(2만 7321본) ▲2004년 575㏊(9만 121본) ▲2005년 759㏊(18만 7210본) ▲2006년 이달 현재 1928㏊(20만 1031본)로 피해 면적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부산시 면적(3447㏊) 대비 56%와 피해 본수(30만 4491본)의 66%에 해당한다.

기장군이 이처럼 피해를 많이 입은 원인은 출입제한 구역인 군부대 및 민간업체들이 피해목 제거에 미흡했기 때문으로 이는 인재(人災)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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