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영 서부본부 취재부장

"유급제를 하지 않아도 지방의원을 하려고 난리인데 무슨 유급제인가. 의원들에게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하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은데 고액 연봉을 지급한다니, 그것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서 지방비를 재원으로 월급을 지급하라니 어이없는 일이다."

오는 5긿31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방의원들에게 유급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과거 10여년 동안 선출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에게 보여준 행태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들이 올해부터 고액연봉자가 된다.

그 동안 지방의원들은 1인 당 의정활동비, 회기수당 등으로 연간 2000만∼3000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법개정으로 올해부터는 부단체장(부이사관)이나 국장급(서기관)의 보수에 상당하는 의정비 지급이 예상된다.

아직 유동적이지만 광역의원은 연간 4200만∼7800만원, 기초의원은 3500만∼6000만원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지방의원들도 직업적인 샐러리맨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5긿31 지방선거에 너도나도 지방의회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방의원 출마예상자는 대략 4∼5대 1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물론 유급제를 시행하면 종전 보다 우수한 지방의원들이 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동안 지방의원들이 의원 신분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 왔는지를 뒤돌아 볼 때 과연 이 같이 많은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많다.

지방의회가 행정을 제대로 지도감독해야 함에도 불구, 집행부의 수장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의 예산 수반 사업이 잘못됐다고 판단, 예산을 반영해 주지 않으려고 하면 친분이 두터운 공무원이 찾아와 읍소할 경우 어쩔수 없이 예산을 세워준다"라는 한 지방의원의 실토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또 대부분의 지방의원들은 그 동안 자치단체 전반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되는 사업예산 확보에만 전념, 전체성 보다는 '동네의원'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게 사실이다.

이밖에 직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등 일부 몰지각한 지방의원들의 품위 손상행위가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지방의원들의 유급제 시행에 대해 주민들의 눈총이 따가운 것은 당연하다. 특히 대다수 자치단체의 세수가 열악하고 지방의원들의 급여를 자치단체 예산에서 충당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더 그렇다.

재정보전금긿교부세긿국고보조금긿자체수입 등으로 구성되는 자치단체의 일반회계 가운데 자체수입인 지방세 수입은 극히 미약하다.

일부 자치단체는 공무원 급여 주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매우 취약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지방의원들에게 수억 내지는 수십억원의 의정비가 지출돼야 한다.

각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해야 할 사업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당초 유급제 도입 취지인 지방의원의 전문성 및 의정활동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관계당국의 재고와 현명한 결정이 절실하다.

유급제 시행을 앞둔 주민들의 걱정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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