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수전(水戰)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조의 군사가 호북성(湖北省) 동북쪽 적벽(赤壁)에 진을 쳤을때 열세의 수전능력을 커버하기 위해 물위에 있는 배를 쇠못으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육지처럼 싸우기 좋게 만드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유비의 제갈량 계략으로 조조와 싸우기 위해 출전한 손권의 주유(周瑜)는 3만의 정예병을 거느리고 적벽에서 조조와 대치했다.

그때 주유의 부장 중에 황개라는 장수가 거짓 항복을 하여 조조 진영에 들어갈 계책을 내놓았다. 주유에게 대어드는 척하여 모진 매를 맞고 이에 대한 반발로 조조에게 항복하겠다는 밀서를 보냈다.

조조는 감쪽 같이 속아 황개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황개가 이끄는 선단은 불에 잘 타는 건초더미를 싣고 있었다. 선단은 조조 진영에 이르러 스스로 불을 질렀고 마침 거세게 불어오는 바다 바람은 조조의 선단에 옮겨 붙어 일시에 불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조조의 선단은 모두 서로 쇠고리로 연결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조조는 여기에서 결정적 패배를 당하고 유비의 제갈량은 이 틈을 이용해 형주를 점거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작전을 삼국지에서 '연환계'(連環計)라 하고 황개가 스스로 죽도록 얻어맞아 조조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 것을 고육책(苦肉策) 또는 고육지계(苦肉之計)라고 한다.

기꺼이 자기 몸을 던져 대의를 구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 배에 불을 질러 적진에 돌진하는 것이다.

요즘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에서부터 제주도지사에 이르기 까지 후보공천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나가달라는 사람은 '싫다' 하고, 함량미달인 사람은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다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농민시위사건으로 물러난 허준영 전경찰청장을 경북도지사 후보로 공천을 하려고 하자 "나가라며 밀어낼 때는 언제고… 그 사람들 염치도 없다" 며 거절했다고 한다.

MBC 엄기영 앵커도 강원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려고 하지만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싫다는 사람 구걸하는 식으로 이렇게 영입에 매달리는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한나라당도 광역단체장 후보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영남권과 수도권은 오히려 넘치지만 대전과 호남은 사정이 다르다. 대전시장 후보로 공기업 CEO인 G씨, 대기업 Y씨등이 떠올랐으나 없던 일로 돌아갔다.

국민중심당은 본거지인 충청권에서 아직도 시·도지사 후보가 안개속이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오르내리는 이인제 의원은 "나더러 도지사 나가라는 것은 DJ나 YS더러 도지사 출마하라는 것과 같다. 격에 안맞는 소리"라며 거절했다.

스스로 자기 몸을 채찍으로 때리고 자기 배에 불을 질러 적진에 뛰어드는 고육책(苦肉策) - 제갈량이 살아서 지금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바로 이 '고육책'을 쓸 것이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국민중심당, 그 모든 정당에서 그런 인물들을 보고 싶다. 그것이 폭발력 있는 후보다. 그래야 선거 관전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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