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 충북본사 정치행정부장

선거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선심성 공약이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매일같이 색다른 '공약(公約)'을 내놓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문제는 말 그대로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공약(空約)'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데 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사전선거운동'이라는 한나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국민과의 정책 데이트'라는 미명아래 지역개발 정책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정동영 당의장이 지난 7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고속철 구간에 '공주역'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호남고속철 건설은 사업성·건설비·효용성·경제성 등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국책사업의 하나다. 분기역을 선정하는 데만 10년 넘게 소요됐다. 대전, 충남(천안아산), 충북(오송)이 분기역 유치를 위해 첨예하게 맞서 신행정수도(행정중심복합도시) 유치로 공조를 다짐했던 충청권 민심도 크게 이반된 상태다.

이 참에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역을 하나씩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들지나 않을까 두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앞으로도 눈길을 끌 만한 정책들을 잇따라 쏟아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선심성 공약은 정책 기조를 크게 흔들리게 하는 것은 물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정책데이트'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대로 실행만 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지역정치인, 출마 예정자 등과 합세해 정부부처 업무까지 끌어다 환심을 사는 것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입으로는 '선거개혁',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실은 낡은 선거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진적 정치의식을 드러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지금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스캔들'에 동반되는 여러 줄기의 의혹에 휩싸여 참여정부의 도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전여옥 의원이 'DJ를 치매노인'이라고 비유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온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권 기류는 '이해찬 구하기'로 선회하고 있고, 의원직 사퇴를 약속했던 최연희 의원은 '금배지 사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묘한 행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을 이렇게 우롱해도 된단 말인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돌발 악재여서 그런지 모두가 제 정신을 잃은 듯하다.

이번 골프 파문이 단순히 3·1절이자 철도노조 파업 첫날이라는 부적절한 시기에 벌어졌다는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 폭력 사범에게 '전자팔지'를 채우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한나라당도 더 이상 최 의원 사건을 어물쩡 넘어가려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구린내 나는 일이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일이면 또다른 새로운 의혹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과거 장밋빛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놓고 결국에는 국민의 혈세만 축 냈던 여야 정치인들의 환심사기에 국민들은 수없이 속아왔다.

선량한 국민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의 주름살은 오늘도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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