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부장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자 배움의 열풍이 방방곡곡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70년대 중반 시골의 청소년들은 중학교를 겨우 마치거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도시로 도시로 향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다니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로 생산현장의 인력이 부족해지자 기업, 특히 방직 또는 방적회사 등 여성인력의 수요가 많았던 기업들이 배우지 못한 여성인력의 학구열을 충족시켜주고 인력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묘책으로 앞다퉈 산업체 부설학교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교적 성향이 많이 남아있어 여성에 대한 교육차별이 심했고 이로인해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아들만 학교에 보내고 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에 가지 못한 이들이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까지 마련해 송금해야 했다.

이로인해 소위 여공들은 교복입고 학교가는 같은 또래 여자아이만 보면 피하기 일쑤였고 학교 다니고 싶은 마음에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체 부설학교의 설립이 많은 이 땅의 산업역군들이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 침략기에는 교복이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 경성제대 교복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학생들의 모습은 뭇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교복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추억을 간직한 교복이 최근 몇 년 동안 입학시즌만 되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교복 자율화로 사복을 입고 등교하던 학생들이 다시 교복세대로 돌아오기 전까지만해도 교복값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교복 가격은 양복 1벌 값보다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해마다 교복값이 인상돼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하고 있다.

이같이 교복값이 치솟고 있는 것은 거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부모 단체들의 주장이다. 대기업들이 교복 제조업에 진출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캐스팅해 광고를 제작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엄청난 광고를 하고 있다.

실제로 교복 제작에 소요되는 원가보다 광고, 경품제공 등 간접비용이 크게 늘면서 교복값이 치솟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단체의 주장이다.

급기야 학부모단체들은 대기업 교복업체에 대한 원가공개와 과대광고 중지, 사은품 및 경품 시정 등을 요구했고, 대기업들의 반응이 없자 교복 입지 않고 등교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학부모단체들은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말도록 요청했고 강원도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당분간 미착용을 인정하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그러나 교복가격 비싸다고 대기업만 몰아세워서는 안된다.

비싼 교복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공동구매와 대물림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대전지역에서도 일부 고교는 성공적인 공동구매로 거의 절반가격에 교복을 구매하고 있다. 또다른 중학교는 졸업생의 50% 정도가 교복 대물림에 참여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가며 신입생 등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도 경품 등 물량공세나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로 승부하기 보다는 간접비용을 줄여 거품을 빼고 품질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학창시절을 가슴을 아프게 하는 교복이 아니라 추억의 교복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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