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면 표 몰아주겠다" 민원 줄이어

 "○○회 회장인데 △△만 도와주면 표를 몰아줄게요."

5.31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후보들이 유권자를 빙자한 이해·이익단체들로부터 쏟아지는 각종 '청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직 단체장이나 시·도의원은 물론 공천 여부도 불분명한 예비후보들에게까지 '청탁성 민원'은 줄을 잇고 있다.

대전 A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B시의원은 얼마 전 지역구 모 사회단체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 안면이 있던 이 회장은 B의원에게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들었는데 우리 단체 회원 전부가 밀어주겠다"며 살갑게 다가왔다.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자 "우리 단체가 쓸 건물을 지으려고 하고 있는데 구청에 힘을 써 예산을 편성해 달라. 우리가 가진 표가 몇 개인지 잘 생각해 보라"며 은근히 실력행사(?)로 결론을 맺었다.

B시의원은 "요즘 표를 무기로 청탁을 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들어 줄 수도, 안 들어 줄 수도 없어 난처할 때가 많다"고 했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 청탁에 가까운 압력을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충남의 모 군수는 최근 들어 민원인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각종 공사 관련 수주에서부터 노골적인 인사 부탁까지 밀려드는 청탁으로 골치가 아플 지경이란다.

이 군수는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을 들고 찾아온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특혜에 가까운 사업 수주를 부탁하거나 막무가내로 친인척을 취직시켜달라고 찾아오면 난감하다"고 푸념했다.

군 관계자는 "선거가 5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지역에서 단체를 운영하는 인사들의 부탁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다"며 "충분히 들어주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광역의원에 출마할 예정인 C씨는 서너 달 전쯤 지인으로부터 건설회사를 운영한다는 D씨를 소개 받았다.

이후 D씨는 C씨가 속한 정당의 당원을 모집해 오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C씨에게 소개시켜 주는 등 친분을 쌓아왔지만 최근에는 만남을 피하고 있다.

C씨는 "당선되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 봉투를 내밀었다"며 "당선여부를 떠나 뒤탈이 날 것 같아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입지자들의 표에 약하다는 약점을 이용해 청탁성 민원을 넣는 일부 이해집단이 선거철마다 극성을 부리고 있다"면서 "입지자는 물론 유권자들의 의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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