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규 대전 유성구청장

 올해처럼 눈이 자주내린 겨울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러다보니 충청도 일부지역과 호남지방은 연일 내리는 눈으로 이만저만의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21일까지 충청, 호남, 제주지역 등에서 잠정적으로 총 2096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연일 제설작업에 녹초가 되었다는 서천, 보령시 공무원들의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유성구청에서도 눈이 온다는 예보만 있으면 100여명의 직원이 밤새 대기상태에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눈이 쌓이는 만큼 걱정도 쌓여가는 게 요즘 심정이다.

첫눈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을 설레며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그러나 내 기억 속에 올해 첫눈 내릴 때처럼 눈을 그렇게 싫어해 본적이 없었다.

올겨울의 첫눈은 지난달 3일 밤에 내렸다.

그것도 첫눈치고는 제법 많은 9.2cm가 내렸다.

그렇지만 제설차량 16대와 직원 150여명이 새벽6시까지 실시한 제설작업 때문에 대로변은 원활한 교통소통을 이룰 수 있었다.

문제는 제설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이면도로였다.

이면도로는 순전히 주민들의 참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3개조로 편성된 차량홍보팀은 아침 7시부터 관내 이면도로를 순회하며 내 집 앞 눈치우기 가두방송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방송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빗자루와 삽을 들고 집 앞으로 나와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언론에서 내 집 앞 눈치우기 관련 조례제정에 관한 내용이 보도된 터라 그런지 방송을 듣고 대다수의 주민들이 제설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월요일 출근 후에는 빠른 제설작업에 감사하다는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동참해서 타 지역에 비해 신속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밤새워 일한 직원들과 느끼는 모처럼 만의 가슴 뿌듯함 이었다.

이와 관련 대전시는 내집 앞 눈치우기 관련 조례를 이달부터 발효했다.

조례안 내용은 눈이 그친 후 4시간 이내 제설·제빙작업을 마쳐야하며 야간에 내린 눈은 익일 오전 11시까지 치워야 하고 눈과 얼음은 보도의 가장자리나 그 밖의 장소로 옮겨 쌓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례제정의 취지는 만일 눈을 치우지 않더라도 어떤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처분을 받지 않지만 겨울철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로서 깨끗한 통행환경 조성에 있다고 하겠다.

예전만해도 사람들은 눈이 오면 집 앞의 눈은 말을 안 해도 너도나도 집밖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께 눈을 치웠다.

그러다 바쁜 세상이 되다보니 집 앞의 눈은 관심 밖 일이 돼버리고 이제는 아예 치울 생각조차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내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올 겨울에 아무리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더라도 지난번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무를 다해준다면 구청에서는 보다 빨리 제설작업을 마칠 수 있어 그만큼 주민들의 불편사항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눈이 오는 날은 구청공무원들만 걱정하고 준비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이웃과 함께 골목길을 쓸었던 아름다운 전통을 생각하며 눈치우기에 동참했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눈이 내리는 날에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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