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휴대전화 CDMA를 상용화한 이래 10년만에 거둔 성과는 생산유발효과 125조원, 고용유발효과 14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공학연구원도 차세대 BT(바이오기술)·IT(정보기술)·NT(나노기술) 융합기술 개발에 본격 나서기로 하는 등 대덕단지내 연구소마다 과학기술 상용화에 대한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원천기술 보유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침체된 과학기술계에 크나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 경쟁력이야말로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CDMA의 경우 상용화에 따른 산업연관 효과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휴대전화시장에서 아날로그 서비스 방식 중단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데 이어 국산 통신장비와 단말기의 수출시장도 개척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결과 전 세계 휴대전화 가입자의 14%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산업·경제적 효과는 물론 우리 사회의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휴대전화가 우리나라 주력수출산업인 반도체에 이어 대표적인 수출 효자상품으로 부상한 의미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빈약해 수출로 국부를 창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수출 상품 제조과정에서 외국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할 경우 수익성에서 뒤쳐지면서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가 차세대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0년까지 각각 30조원과 15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도 향후 성장동력산업을 개발·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부문에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부문에 대한 투자나 연구인력 규모 및 질에 대한 면밀한 보강책이 절실하다. BT·IT·NT 융합기술에 대한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전략도 다듬어야 할 것이다. 현재 12위 무역대국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 일본, 인도의 시장 및 기술 수준을 볼 때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기초과학부문 육성을 비롯해 연구개발비를 적어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상향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