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산실, 충청시대를 위하여

병술년(丙戌年) 새해를 맞았다. 이 순간이 더욱 엄숙한 것은 우리사회에 팽배한 거짓과 갈등, 그리고 불안감을 거부하는 기운이 싹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상처를 도려내고 참다운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자생력이 우리사회에 충만할수록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밝다. 세상이 험하더라도 맑고 밝은 비전 창출을 위한 끈질긴 도전,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굳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 국토의 중심지, 충청권에서부터 태동하고 있는 그런 변화의 생명력을 보면서 우리의 역동적인 미래를 읽는다.

올해는 '행정도시 건설의 원년'이다. 그야말로 충청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주·연기 일대에 신도시 하나가 들어서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토를 재편하는 역사적인 흐름 속의 소명(召命) 그 자체로 다가온다. 자원배분에 대한 21세기형 국가경영 패러다임이 이제 막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서울 중심 일극화 구도의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지역별 다극화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극대화시키는 축이 바로 충청권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도 본격 추진되면서 충청권은 이제 한반도 발전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충청권의 역할 및 잠재력 차원의 상징성이 적지 않다.

지방의 가치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몫이다. 중앙언론이 지역의 고통을 헤아리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건 순진한 발상이다. '행정도시' 마저 위헌 시비에 휘말리게 했던 당시 상황을 보면 서울 지향적인 고정관념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지방은 아직도 촌스러운 곳, 먹거리를 산출하는 변두리 정도로 폄하되기 일쑤다. 지방은 그저 그런 곳, 그래서 수도권을 보조해야 하는 엑스트라로 중앙지 지면에 그려지기 일쑤다. 지역이기주의에 길들여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소통, 상생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누구도 역행할 수는 없게 돼 그나마 다행스럽다. 충청투데이가 그간 대전·충남·충북을 한데 묶는 데 혼신의 역량을 집중한 것도 바로 그런 사명감의 발로였다. 지방소식을 최우선 제작방침으로 삼고 우리지역의 조그만 아픔은 물론 지역발전의 동력도 나누어 맡으면서 지역역량을 키우는 데 앞장 서왔다고 자임한다. 그것은 충청인의 은근과 끈기, 그리고 지역 언론에 대한 충청인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에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는 그런 점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당장 오는 5·31 지방선거는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 수준을 총체적으로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각 정당 및 후보군들의 행보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향후 정치권의 이합집산, 권력구조의 개편 논란 등의 격랑도 예고돼 있다. 지방자치제의 본령에 충실하려는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할 때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의 기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의 단합된 의지와 열정을 올해 독일에서도 어떻게 재현시킬 것인가. 한국응원단의 올해 월드컵 구호는 'Reds go together, For our dream!(함께 갑시다. 우리의 꿈을 향해!)'이다. 통일의 꿈을 실현한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도 우리에겐 의미심장하다. 경의선 철도를 이용, 북한을 관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독일까지 가는 '코리아 하나 되기'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세계 주류사회로 인식되고 있는 유럽에 한류(韓流)를 심으면서 민족적인 자부심을 한껏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

어느 해보다도 갈등을 딛고 민족중흥의 승기(勝氣)를 이어가려는 리더십에 주목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의 동참을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정치과잉시대를 맞아 지역·계층·이념 갈등 양상을 보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해매는 젊은이만 4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 살리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서민 경제를 무시한 사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충청투데이는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살리기에 나설 것이다. 정직과 신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게임의 룰이다. 지난 한해 위선과 독선 속에 멍들었던 서민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 만들기에 우리 모두 나서자. 충청투데이 임직원은 올 한해도 여러분 곁에서 희망을 낳는 전령사가 될 것을 거듭 다짐하면서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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