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나돌던 이른바 '종이당원'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대전지검 공안부는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위해 당비를 대납하고 당원을 모집한 대전시 모선거구의 열린우리당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 3명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예비후보나 정당원이 당비 대납으로 사법처리된 건 기간당원제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당비대납 현상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앞 다퉈 당원확보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종이당원이 양산됐음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모집한 예비후보자나 입당원서에 서명한 당원이나 모두 쉬쉬하기 때문에 좀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발각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의식이 여기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종이당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이 과연 얼마나 될지 묻고 싶다.

우리는 지방선거가 조기 과열되면서 종이당원으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질 것을 진작부터 예상했었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전면 확대되는 정당공천제와 당내 경선제도는 여기에 불을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예비후보자들은 지방선거의 1차 관문인 당내 경선 통과를 겨냥해 당원 모집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투표권을 가진 기간당원 확보가 곧 공천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당비까지 대납해주며 당원을 끌어 모으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올 들어 당원수가 폭발적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자랑한다. 당내 경선을 의식한 예비후보들이 모집한 당원들이 대부분으로 이 중 상당수는 종이당원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작금의 정치현실에서 일반인들이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당비로 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당원 중에는 자신이 어느 정당에 입당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성숙한 정치문화가 정착하기란 이처럼 요원한 일인가. 정당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이당원 확보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당비를 대납해주고 당원을 모집했다면 이는 분명 매수행위다. 사법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 탐문활동 강화 등을 통해 불법사례는 철저히 가려내고 단호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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