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환 산림청장

 을유년 한해도 저물어가고 이제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매년 반복되는 송년의 시간이지만 지나온 올 한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머니가 자식을 품에 안 듯, 우리 국토와 우리 국민을 품에 안고 있는 우리의 산이 산불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난개발로 그 어느 해 보다도 고통스러워 했던 한해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우리는 산에 나무를 심어 놓고 한 번도 제대로 가꾸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나무는 심어만 놓으면 스스로 알아서 자란다'라는 오해가 오늘에 이르러 나무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갑갑해하고 고통받는, 빽빽하기만 할 뿐 경제적으로나 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숲으로 만들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우리의 산을 산답게, 우리의 나무를 나무답게 가꿔줘야 할 때이다.

그래야 우리의 산이 금수강산이 되고, 나아가 살기 좋은 나라,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성찰과 반성으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의 숲과 나무들에게 몇 가지를 약속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숲다운 숲 가꾸기 사업'을 산림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쾌적한 생활문화 환경을 보장하는 국민의 숲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둘째 모든 국민이 걱정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을 만들었고 지난해에 비해 5배가 되는 예산도 확보했다.

또한 소나무를 지키는 일에 시민사회의 결집된 힘도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방제방식을 전환하고 연구개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나간다면 조만간 소나무재선충병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산림행정과 임업을 디지털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정보화 사회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산림행정의 일류화도 임업의 첨단산업화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각종 산림행정과 임업에 관한 정보를 DB화하고 산림지리정보시스템(FGIS)을 이용해 산림사업지를 모두 좌표체계화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 스스로의 마인드를 다지털화하는 데까지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넷째 산림행정 전 분야에 걸쳐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산림예산 1조 원 시대라는 양적 증가 못지않게 투자재원의 낭비요인을 제거해 내실을 기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임업인의 창의와 자율이 신장 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의 지원체계를 개선해 나가고 현실에 맞지 않는 산림사업의 공정과 단비를 지속적으로 고쳐 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숲은 녹화에는 성공하였지만 아직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공익적 가치를 비롯한 많은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으며 무한한 잠재력도 지니고있다.

따라서 새해에는 우리의 산을 정성으로 가꾸어 나무와 숲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제대로 숨 쉬지 못해 고통받고 신음하는 우리의 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내리고 하늘 높이 가지를 펼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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