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강압적인 취재방법에 대한 MBC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인 감정은 극히 예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생명윤리 논란이 언론의 윤리 문제로 비화하더니 이젠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판세력에 이념의 색칠이 더해지면서 '황우석 교수 죽이기 배후론'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여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동업자의 시기와 질투가 빚어낸 산물이려니 여겼던 대다수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MBC PD수첩의 난자매매 의혹 보도 이후 한달 동안 우리 사회는 끝없는 논쟁을 벌여왔다. 과학과 생명윤리란 과연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언론보도의 윤리성, 그리고 국익과 진실에 대한 가치판단은 이래도 되는가에 이르기까지 숱한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얻은 학습효과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소박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의 업적이야 말로 난치병 치료에 한 줄기 희망 그자체로 비쳐진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겐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들의 간절한 희망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려면 연구자가 더욱 정진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어서 더욱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촛불을 들고 황 교수의 쾌유를 비는 행렬 속에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이른바 일부에서는 이들을 '황빠'라고 분류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게 설령 황 교수를 우상화하는 것일지라도 난치병환자들에겐 자기 생명 보전을 위한 자연스런 행동일 따름이다.

누구를 탓할 처지가 아니다. 이 고장 출신인 황 교수에 대한 충청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작년 4월엔 황 교수를 노벨상 수상자로 키우려는 '황우석 교수후원회'도 결성됐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복제 성공은 한국과학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일반국민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척박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신의 손'을 활용한 그의 괄목할 만한 연구결과물에 대한 국민적인 보답은 그렇게 순수한 열정으로부터 출발했다.

물론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생명윤리는 국제적인 기준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젠 조금은 냉정을 되찾고 사태해결에 나설 때라고 본다. 먼저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은 이기게 돼 있다. 진실 추구라는 과학계의 명분을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다. 그 저의야 어떻든 황 교수 연구성과물 진위 논란까지 대두된 마당에 이를 마냥 덮어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적인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황 교수 문제를 둘러싸고 접근하는 각계의 방식이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진실 공방이 아니라 다분히 감정적인 판단기준을 개입시켜 상대방을 공격하는 논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각기 입장에 따라 피 튀기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태의 본질을 벗어난 상대방 죽이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인 것인데도 이념으로 덧칠하기 일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을 모르고서 실천에 뛰어드는 사람은 키도 없고 나침반도 없이 배를 몰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디로 갈지 도무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실험실에서 일어난 일은 실험실에서 검증돼야 마땅하다. 실험실에서 검증을 통해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과학계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과학계의 검증 시스템에 맡겨 둘 일이다. 한국 생명공학의 위상 확립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모처럼 숨통을 틔워온 한국인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황 교수를 연구실로 되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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