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때 금지 '아연강 수도관' 사용 원인

대전 둔산 지역 아파트 단지 마다 녹물 비상이 걸렸다.

지난 90년대 초 택지개발로 형성된 둔산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들이 완공된지 6∼7년이 넘으며 건물 노후 및 수도 배관 부식 등으로 녹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13일 대전시와 둔산지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90년대 중반 이전에 지어진 이 지역 아파트 중 상당수의 수도관에서 녹물이 흘러 나오고 있으며 관리사무소들은 이를 막기 위해 수도 배관에 약품처리를 하거나 정수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며 배관 전체를 교체하는 곳도 있다.

지난 95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A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부터 녹물 발생 빈도가 높아지자 최근 공사비 1억2000여만원을 들여 음이온을 이용한 정수 시설인 '스케일 부스터'를 수도배관에 설치키로 했다.

또 올해로 12년된 B아파트는 몇년 전부터 입주 세대 전체에서 녹물이 나올 정도로 수도 배관의 부식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9억4600만원을 들여 배관 전체를 스테인레스관으로 교체하는 대공사를 벌였다.

둔산지역 대부분의 아파트들도 비슷한 실정으로 각종 약품처리와 정수기 설치 등 녹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로 인한 지가 하락을 염려한 탓인지 겉으로 드러내기를 꺼리고 있다.

이처럼 둔산지역 아파트들이 수도관 부식에 시달리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한 연도에 건설돼 부식 속도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건설 당시 배설된 수도관으로 아연강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연강관은 보통 5∼6년 이후부터 녹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지난 94년 4월에는 음용수 용도로 부적합 것으로 판명돼 건교부가 사용을 금지시킨 재질이다.

B아파트 입주자인 김모(41·여)씨는 "아이들 교육 등의 여건이 좋아 참고 살지만 어느날 갑자기 수도꼭지로 녹물이 나오면 당장이라도 이사 가고 싶다"고 말했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건설 당시 수도관으로 아연강관을 쓰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둔산지역 건설붐이 불어 부실 자재들도 상당수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녹물 발생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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