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모 방송국의 공익성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 '눈을 떠요' 코너에서 가족과 MC들이 보는 앞에서 붕대를 풀고 "잘 보여요..." 라고 말하는 순간, 브라운관 안팎은 뭉클한 가슴에 눈시울이 젖어든다. 각막 기증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국내 시각장애인은 약 2만여명이지만 기증자의 부족으로 이 중 1%만 수술을 받는 형편이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방송 후 월 평균 700여명이었던 장기기증 신청자 수가 무려 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한 방송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런 훈훈한 바람이 또 필요한 곳이 정치계이다.

지난 2002년 여러 기업들이 부정한 선거자금을 차에 싣고 와서 돈 뭉치와 차까지 통째로 준 '차떼기' 사건이나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등 정치자금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들이 깨끗한 정치풍토를 바라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 같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불신하게 되고, 더 나아가 정치자금을 막연히 정경유착의 고리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자금이란 "정치를 행하는 자의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으로서 정치에 있어서 꼭 필요한 수단이며 도구이다.

오늘날 정치의 성패는 곧 정치자금을 적정하게 조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능력과 기술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흔히 정치자금을 '민주주의의 비용', '정치의 모유'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비용의 조달을 다액소수의 기부에 의존하게 되고 이러한 사항이 은폐되어 온 결과, 정치자금이 정치에 대해 불신풍조를 조성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쳐 정치적 부패현상을 가져올 위험성을 한층 가중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정치자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힘과 무기를 가진 이는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즉 다수의 국민들 각자가 적은 금액일지라도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정경유착 등 부패한 정치를 개선할 수 있다. 다액소수가 아닌 소액다수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물론 정치자금과 관련된 후보자들의 기회균등까지 확보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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