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불법 의약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인터넷에서 독극물까지 팔리는 마당에 의약품 정도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부정 유통되는 품목만 해도 진통제로부터 발기부전치료제, 다이어트용 의약품, 우울증 치료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의약품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결국 의약품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조장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약품 남·오용 현상에 대한 폐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무분별한 약물 복용 이후 신체적·정신적으로 황폐화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법적인 사이버 유통방식이 극성을 부리면서 의약품 남·오용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은 정보화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측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수법도 날로 지능화되면서 인터넷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 의약품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한국의 제약시장규모는 100억 달러를 육박하면서 세계 10위에 올랐지만, 아직도 불법 유통채널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검증되지도 않은 유통경로를 통해 의약품을 마구 복용하려는 국민 의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차단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도 통감해야 한다. 국제적인 평판을 인식해서라도 그렇다. 판매 금지된 의약품을 즉각 회수하지 않았던 당국의 태도를 보면 오늘날의 의약품관리 실태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유해의약품 유통 경로를 정밀추적, 이를 발본색원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식약청 입장에서 보면 제약회사 및 약국이나 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일반 의약품 관리에도 버거울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의약품의 유해성 판정으로부터 해당 의약품 회수 및 폐기는 물론 유통과정에 대한 시스템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사이버 수사대와의 협조체제는 절대적이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유통되면 결국 독이 되어 인간의 삶 자체를 피폐화시킬 수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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