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대전시 대덕구청장

지금 대덕구에선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2006년도 대덕구 예산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짜는 이른바 '주민참여예산제'가 그것이다.

이들은 구에서 가편성한 총 1319억원 규모의 세입세출예산안을 지역참여단과 구민참여단으로 나뉜 주민들이 직접 예산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 스스로 한 해의 자치단체 살림과 우리구의 정책결정과정에 깊숙이 참여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의 포르뚜 알레그레라는 도시에서 1989년 맨 처음 시작한 이 제도는 진정한 주민자치와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울산과 광주의 자치구 2곳에서 시행돼 성공적으로 뿌리내려가고 있다.

사실 지방자치제가 올해로 시행 15년을 맞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특히 자치분권의 최종 귀착지인 주민자치는 '주민이 주인'이어야 할 주민자치는 간데없고 무늬만 주민자치인 게 오늘의 현주소다.

진정 주민이 주인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의 자기결정권 즉 지역의 각종 정책이나 숙원사업, 각종 개발시책 복지 및 후생사업, 더 나아가 구정 방향에 구민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바로 납세자이자 행정수요의 주체인 주민이 구정의 종합계획서라 할 수 있는 '예산'의 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와 재정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획기적인 제도다.

이번 대덕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산참여제에는 12개동에서 선발된 지역참여단 117명, 그리고 관내 직능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구민참여단 100명 등 크게 2개 그룹이 참가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소 의구심을 가졌던 일부 주민들은 구에게 가편성한 수백페이지 분량의 세입세출 예산서를 받아보고는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더 성의 있게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9월 중순경 지역참여단이 각동에서 심층 토의를 거쳐 상정된 지역숙원사업과 관련한 예산요구건수는 총 95건에 투자금액만 무려 440억원.

이를 구민참여단이 주민자치, 문화예술, 사회산업, 도시건설 등 4개 분과위로 나눠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투자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분과위소속 주민들은? 예산서와 각종 참고자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질문과 토론을 거듭하고 현장방문도 실시했다.

어떤 분과위는 격론끝에 회의시간이 길어져 밤10시를 넘기고서야 예산토론을 끝낸 적도 있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행초기 우려했던 게 결과적으론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또한 작지 않은 소득이었다.

과거 구행정에 비판적이던 주민이 예산안을 속속들이 살펴보고는 어려운 살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예산집행에 가졌던 의구심도 주민자신이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사라졌다는 반응도 나왔고 소지역이기주의나 막무가내식 예산요구도 없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판단을 잘못해 중복투자가 될 뻔한 사업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바로 이것이 민의의 진정한 반영이요 주민이 주인되는 풀뿌리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바쁜 생업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및 각계전문가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 분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참여의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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