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균 서산천수만철새기행전委 위원장

추수가 끝나갈 무렵 서산 천수만 들녘 호수에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와 기러기들이 날아와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다.

가창오리의 군무도 계속되고 있으며, 노랑부리저어새의 아름다운 자태도 여전하다.

먹이활동을 위해 분주히 날아다니는 큰기러기의 모습은 씩씩하기만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에서는 철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인 서산천수만세계철새기행전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2005철새기행전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시작된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의 천수만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계획 발표 이후 일부 지역 주민들이 철새기행전과 생물다양성사업을 반대하면서 서산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는 수 차례 주민과의 토론 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내 지난달 21일 성황리에 개막식을 가졌다.

그만큼 철새기행전의 성공적인 개최는 위원회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대한 우려의 확산과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으로 철새기행전을 찾는 탐조객의 수는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사실 조류독감의 실상은 집에서 사료를 먹여 가축으로 기르는 오리와 닭이 주범이다.

조류독감의 정확한 명칭이 가금인플루엔자인 것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에도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주로 철새도래지와는 무관한 오리와 닭 사육지역에서 발생했고,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인 금강이나 해남, 을숙도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다.

즉, 철새가 조류독감을 전파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조류전문가들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철새에 의해 전파되지 않는다 해서 예방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철새기행전을 진행하고 있는 위원회와 서산시에서는 만의 하나라도 발생할 지 모르는 조류독감에 대비,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행사장에 마련된 무논탐조대와 포인트탐조대, 탐조차량의 진출입로에서 조류독감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 천수만은 마지막 추수로 분주하다.

많은 농민들이 가을 햇볕 아래 철새들과 함께 삶을 이어가는 천수만은 새들의 터전이자 바로 사람들의 터전이다.

그리고 천수만에서는 철새탐조객들을 맞이하는 탐조가이드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 드나들며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조류독감은 없다.

철새기행전이 탐조객들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탐조객들은 줄지 모르나 철새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비행을 즐기고 있다.

문제는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오해로 번질까 하는 우려다.

조류독감이 발목을 잡는 것은 탐조객들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소득일지도 모른다.

이제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철새기행전의 주제새인 큰고니 무리가 천수만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흰꼬리수리의 날렵한 사냥도 계속될 것이다.

이들의 비행이 계속되는 한 철새사랑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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