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후보지 투표결과 경북 경주가 89.5%라는 높은 찬성률로 최종 선정됐다. 이로써 지난 19년 간 표류해온 방폐장 건설사업이 마침내 물꼬를 트게 돼 퍽 다행스럽다. 전북 군산시를 비롯해 포항시, 영덕군 등 3개 자치단체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이 활로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주민투표는 국가적 난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모범적 선례를 남겼다. 주민자치 10년째를 맞아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투표과정을 문제 삼아 일부 불복 움직임이 있다고 하나 이는 방폐장 선정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 바람직스럽지 않다. 다수의 민의가 부정돼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에 의한 투표절차는 준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의 미래와 지역발전이 걸린 중요 사안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투표 과정에서 지역간, 주민들 간에 오해와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이만한 견해차는 보다 안전한 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한차례의 진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찬성과 반대로 대립의 각을 세웠던 주민들은 갈등의 골을 하루빨리 메우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나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방폐장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즉각 밝힌 강현욱 전북지사의 결정은 시사하는바 크다. 그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전북도민 다운 자세이며 승패를 떠나 영원한 승자의 길을 택하자"고 호소했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투표과정에서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전북과 충남은 일촉즉발의 대치 위기까지 번진 것도 사실이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은 불협화음을 말끔히 제거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상생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모색해야 할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이젠 탈락지역에 대한 실효성 있는 민심수습방안과 지원대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국가균형발전의 틀 안에서 지원 범위를 정한다는 어제 관계 장관회의의 원칙론을 토대로 구체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특별법에 보장된 대로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시설을 만드는 데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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