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혁 병무청장

병무청이 주최하는 병역정책 포럼이 지난달 27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됐다.

그동안 국방부나 국방위소속 국회의원 등 유관기관에서 개최하는 포럼은 더러 있었으나 병무청이 주체가 돼 열리는 포럼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당히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저출산시대 합리적 병역정책방안'과 '병역이행자에 대한 우대방안'에 대해 두 분의 전문가가 여러 가지 유익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 주제 가운데 하나인 '저출산 시대, 합리적 병역정책'은 결국 행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의 문제로 귀결됐다. 주제발표자는 저출산시대 병역자원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15만 여명에 이르는 병역자원이 복무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즉, 병역자원을 국방의무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 활용한다는 것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면 병역자원은 오히려 남아도는데 필요치 않는 자원을 뽑아 잉여자원을 만들고 병무청이 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데 고민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일견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공감이 가는 주장일 수도 있으나 이는 병역의무의 효율성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

대체복무제도는 본래 병역의무의 형평성문제 때문에 생겨난 제도이다. 군소요와 병역자원의 불일치 때문에 생기는 잉여자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더 형평에 맞는다고 보는 것이다.

병무행정은 정병을 선발해 국방의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의무를 부과하는 형평성 있는 의무부과 또한 병무행정의 중요한 임무이다.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해 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행정의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행정과 관련 '청장과의 대화방'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들어오는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상대적인 불평등이나 형평성의 결여에서 기인하는 문제가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한 토론자는 병역의무를 일종의 현물세의 개념으로 해석해 병역형평조세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현역병과 대체복무자(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소집 면제 및 기피자들 사이에는 병역에 따른 기회비용 정도가 다르므로 병역의무 이행 형태별 기회비용의 격차를 줄이고 형평을 기하는 의미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최근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의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인력구조 개편과 대체복무제도 정비, 여성인력의 활용확대, 모병제 전환 등 다양한 의견들이 형평성과 효율성의 근거를 내세우며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병역정책도 국민의 이해와 합의가 없다면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병역자원과 우수한 병력은 국가안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요건임엔 틀림이 없으나, 국가안보는 병역자원의 수와 첨단무기의 보유 등 병력의 질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병역의무 이행자들을 어떤 마음자세로 받아들이고 대하느냐 하는 국민적 인식이야말로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데 있어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내 짐이 가벼우면 반드시 누군가는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 것이라는 이해와 양보가 있을 때라야만 효율성과 형평성이 조화된 완벽한 정책과 행정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한 토론자의 지적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귀기울여 봄직한 의견이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