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미국은 당초 히로시마 보다 역사 문화의 도시, 교또에 원자탄을 투하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강이 있는 히로시마보다 교또가 더 원폭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육군장관은 일찍이 교또를 돌아본 일이 있는데 그때 이 도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교또 폭격'을 반대하고 히로시마 공격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교또는 원폭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수십만명이 생명을 건졌다.

한 도시가 갖는 이미지는 이처럼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 서울시가 대역사 끝에 잿빛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청계천을 47년만에 시민의 품속으로 돌려 준 것은 도시의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하루에 30만~40만명의 시민들이 청계천에 몰려드는 것을 보면 도시인들이 그동안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지를 잘 말해 준다. 바로 자연의 생명력 넘치는 숨소리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 때문에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처럼 달라진 청계천을 구경하기 위해 서울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대전에서도 신종 '서울 구경'이 유행하고 있다.

동네 친목회나 동창회 같은 모임에서 서울 나들이를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고 나면 청계천 구경이 화제가 되는 것이다.

거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참, 좋더라"하는 감탄사다.

그리고 서울에 다녀온 대전시민들은 또 한마디 한다. 왜 대전천은 저렇게 할 수 없을까? 왜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를 철거하고 도둑맞은 목척교를 빨리 찾을 수 없을까?

물론 대전시는 유등천을 끌어 올려 대전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세천(細川) 수원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대청댐이 있기전 세천 수원지는 대전시민의 소중한 젖줄이었다. 그런데 이 맑고 깨끗한 물이 지금 식장산 계곡에 숨어 있는데 이 물을 대전천 상류에 흘려 보낸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의 철거 문제다.

현재 대전시가 이를 위해 이들 상가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이 가장 큰 걸림돌인데 대전시는 내년도 사업비 확보마저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다.

사실 대전역사의 상징과 같은 목척교를 뭉개버리고 대전천을 가로막고 있는 이 두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는 대전천 살리기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대전시 관계자는 철거에 따른 협의를 위해 건물주와 10여차례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주변상가의 입주자와 심지어 노점상까지도 4000번을 만나 '철거'를 이끌어 냈다. 예술 같은 행정을 하려면 그런 열정과 집념으로 매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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