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본사 회장

노태우 대통령 말기, 충남도지사가 갑자기 유고가 생겨 그 자리에 보낼 사람을 찾았으나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쩔쩔맨 일이 있다. 그래서 당시 내무부에서 모씨를 두 단계나 벼락치기로 승진을 시켜 충남도지사로 임명해야만 했다.

그만큼 우리 지역 출신 인재들이 중앙요로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공화국때 대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고위 공직자 모씨가 출신지를 경상도로 발표한 일이 있다. 그의 아버지도 대전에서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누구나 그를 대전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상도 출신이 잘 나가던 때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었다.

공직자는 아니지만 몇해 전 DJ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가 아는 모씨는 호남 출신으로 행세했다. 호남 출신이 모든 분야에 활발한 진출을 할 때여서 그런가 보다했다.

정말 어느 지역 출신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그 지역 인사의 풍향이 달라져 온 게 우리의 현실이다.

노무현대통령 취임 후 첫 내각에서 21명 중 충청권 출신으로 2명이 입각을 했다.

산업자원부의 윤진식 장관(충북 청주)과 보건복지부의 김화중 장관(충남 논산).

대전은 1명도 없다.

지난주에는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26명 중 충청권 출신은 4명.

변재일 정통부 차관(충북 청주), 박길상 노동부 차관(충남 청양), 성광원 법제처장(충북 청주), 유창무 중기청장(충북 괴산).

그러니까 장·차관 합쳐 충청권이 6명인데 그 가운데 충북이 4명이나 되고 충남은 장관 1명, 차관 1명 도합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전은 장관은 물론 차관도 하나 없다.

출신학교도 마찬가지.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요직 68명 중 충청권에서는 청주고등학교가 3명인데 대전고등학교는 한명도 없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가 6명씩 가장 많고 지방에서는 광주고, 광주일고, 대구고, 부산고, 전주고가 모두 2명씩인데 대전은 없다.

대학의 경우 서울대가 YS(58%), DJ(54%) 정부 때보다는 52%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지방대는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조선대, 경북대 등이 각각 1명씩, 영남대가 3명을 배출했는데 충청권 지방대는 없다.

그러나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10대 요직에 있어서 DJ정부때는 절반인 5명을 호남 출신이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고르게 분포돼 있어 지역의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한 걸 알 수 있다.

특히 차관급 이상의 경우 YS정부 때 영남과 호남의 비율이 36.7%대 19.6%였다가 DJ정부에서 26.6% 대 24.6%로 바뀌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38.3%대 23.5%로 바뀌어 놓았음은 눈여겨 볼 일이다.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의 경우 YS정부에서 14.1%였던 것이 DJ정부에서는 자민련과의 공동정부 명분으로 23.1%까지 올라갔다가 이번에는 13.2%로 다시 떨어졌다.

그나마 충북이 강세를 이뤘고 대전은 없다.

우리도 인물을 키워야 한다. 대전·충남은 사람을 키우는 풍토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주인 없는 정치풍토,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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