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조달청장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무한경쟁의 현 세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네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네."

브랜드가치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혁신과 도전이 생존의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상품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에서는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초고속 외형성장으로 상징화되는 개발시대를 거쳤던 한국사회는 특히 '탈 권위'와 '불균형'을 탈피하기위한 변화의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 역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두 번째로 대서양을 건넜던 비행사의 이름은 뇌리에 남아있지 않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수사가 지구촌을 흥분시키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뿐 짝퉁이나 이류는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

지구촌 대표브랜드만이 생존

지구촌시대에서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무엇일까. 모 대기업의 휴대폰이 내수기반을 토대로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인들의 고가 소장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실험결과 또한 세계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민간기업과 생명공학의 걸출한 결과물이다.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도 세계 최고의 명성에 손색이 없는 상징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관보를 일일이 뒤져봐야 얻을 수 있었던 입찰정보를 전자조달 시스템 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양의 입찰 서류뭉치를 들고 발주기관을 방문해야 했던 비능률과 발주처와의 잦은 대면접촉에 따른 부패의 고리도 차단했다. 지난해 만해도 3만여 공공기관과 15만여 기업이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무려 43조에 달하는 거래가 검증된 시스템 속에서 신속하게 진행됐다.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연간 4조 5천 억 원의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국제기구에서도 앞 다투어 그 진가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국제연합(UN)이 공공서비스 혁신분야의 성과를 들어 전자조달시스템을 제1회 공공서비스 부문에 선정했다. OECD는 '더 이상 추가적인 개선조치가 필요 없는 수준'으로 평가하며 전자조달시스템의 안정성을 공인했다. 올해 국제연합은 나라장터 전자입찰을 'UN 국제표준'으로 등록해 세계시장 진출의 토대를 제공했다.

전자조달시스템 정책수출

전자조달시스템은 특히 비능률과 부패구조의 청산에 고심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브라질, 스리랑카, 말레이시아는 물론 인근 중국, 일본 등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과 파키스탄 정부는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타당성 검사를 거쳐 본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의 정책수출은 전자정부의 위상을 지구촌에 알리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IT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자조달시스템의 상품성을 높이고 정책수출을 확산시키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책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개발도상국의 자금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차관제공의 파트너인 세계은행, 미주개발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모바일 전자입찰 확산, 시스템안정성의 제고 등 전자조달시스템상의 체질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전자조달시스템이 IT강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최고라는 위상을 유지할 때만이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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