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편집부국장

"수학능력시험을 감독하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도박장으로 달려간 교사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출산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눈물 섞인 돈을 들고 도박장으로 달려간 30대 가장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도박 중독자들입니다. 그것도 국가가 합법적으로 인정한 사행성 영업장에서 도박중독에 빠져들어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을 파탄내고, 우울증에, 병리학적 정신질환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심하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그리고 외래 관광객 유치라는 알량한 이유로 나날이 늘려갈 명분만 찾고 있는 동안, 우리 사행성 산업의 현황과 그 부작용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한 야당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의 내용 중 일부이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처참한 부작용에 몸서리쳐야 하는 중병을 앓고 있다. 그것도 정부차원의 묵인, 아니 장려 아래.

정식 허가 받아 개업한 사행성 오락장에다 불법 오락실에 이르기까지 셀 수조차 없다. 이제는 동네 구석구석까지 문을 열어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수·목요일에는 모터보트가 달리는 경정에 매달려 도박을 즐길 수 있다. 금 토 일요일에는 경륜과 경마 두 가지가 있어 더욱 좋다. 친절하게 아예 인터넷으로도 즐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경마도 토·일요일에만 영업을 하더니 지난 달부터는 금요일의 무료함을 배려하려는 자상함이 앞선 때문인지 금요일에도 문을 열게 했다. 전국에서 골고루 참여하라고 장외 발매소는 계속 허가를 해준다. 경정 경륜 경마가 없는 월 화요일도 걱정할 것이 없다. 사설 스크린 경마장, 오락실 등 도박을 할 장소가 너무나 많다. 정부가 몸소 개와 닭을 동원해 '경견(競犬)''경계(競鷄)라도 추가로 만들어 월·화요일의 아쉬움을 달래 줄 거리를 조만간 선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직장을 그만 두고, 가산을 탕진하고, 목숨을 끊는 등 도박이 빚어내는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도 더 많은 국민들이 도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를 하려는 것인지 합법적인 도박장을, 도박기회를 자꾸만 늘려 제공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스크린 앞에서 탐욕으로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돈을 거는 경마 경정 경륜이 무슨 건전한 스포츠라고 전국으로 영업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지 그 판단의 근거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요즘 성업 중인 불법 성인오락실은 어떤 말 못할 사연으로 보고서 못본 채 하는 것인지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민 주머니 돈 터는 재미가 쏠쏠하니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난다.

도박장의 존재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도박에 대한 책임은 분명 개인의 몫이긴 하다. 그렇다고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란 도박을 장려, 국민이 중병을 앓게 돕는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라는 파스칼의 말이 있다. 국민들이 확실한 것을 걸고 불확실한 미래를 찾아 헤매도록 장려하는 정부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거악(巨惡)에 다름아니다. 모두들 이제 그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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