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진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출근하다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온 사실을 알았을 때 난감해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루 일과 자체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치 담배를 심하게 피우는 사람이 담배가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일종의 금단증상마저 일으키게 된다. 이제 휴대전화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편할지 모르지만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해진다.

휴대전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도 적지는 않지만 우리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휴대전화는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TV 광고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한다. "작업 중이야." 여기서 '작업 중'이란? 실제로는 여자를 새로 사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작업 중이라는 말은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많은 작업을 2005년 한국의 디지털 세대는 대부분 휴대전화로 처리한다. 휴대전화로 작업을 한다? 맞는 말이다.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히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도구로 떠올랐다. 휴대전화의 기능 확장은 모든 미디어를 융합할 기세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개가 아니라 휴대전화다. 한국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국민 4분의 3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가 따라가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지금 세계인들은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가에서도 사람들이 아직(?) e-메일에만 매달려 있는 사이에 한국인들은 휴대전화 메시지로 더 많은 문자를 주고받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앞으로 3년 후, 5년 후 생활모습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결국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수용시킬 것이고, 미래는 일과 여가 모든 부문에서 휴대전화가 함께하지 않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누군가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미래기술의 중심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자리하고 있는데 굳이 휴대전화를 중심에 놓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지원 노트북 컴퓨터가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가방에서 꺼내어 어딘가 올려놓아야만 쓸 수 있는 노트북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미니컴퓨터인 PDA(개인용 디지털 휴대장치) 등 새로운 장치를 통해서 컴퓨터 역할을 대신해 보려고도 한다. 그러나 커다란 컴퓨터를 줄여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무리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본체의 크기를 명함크기정도로 줄이더라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신하는 입력 장치나 모니터를 대신할 표시장치마저 줄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컴퓨터의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의 개발은 휴대전화의 진화속도에 비하면 더디기만 한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성공한 까닭은 기존의 모든 매체를 재(再)매체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영화에는 온라인 영화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음악은 온라인 음악, 텔레비전에는 인터넷 방송, 그리고 우편의 새 방법으로 이메일이 등장했다. 이처럼 현대에는 기존의 모든 장르, 모든 매체를 정의할 때 인터넷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인터넷이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휴대전화도 인터넷처럼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탈바꿈시킬 것이다.

특히 외국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휴대전화에 관한 한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미래 인류의 생활기술에서그 중심에 서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의 휴대전화는 작업 중이다. 그것도 진화 작업 중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