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가 건립 20년 만에 주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청남대 개방 검토 지시는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 해결은 물론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개혁·개방의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는 대청댐 완공시기인 1980년 착공해 3년 뒤 준공과 함께 대통령의 별장 기능을 해 왔다. 그러나 청남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청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고 이때부터 주민들의 생존권 싸움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80년 국민관광휴양지로 지정된 청남대 주변 문의면 일대는 83년 개발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82년부터 운행되던 문의-장계리간 유람선도 3개월 만에 중단 사태를 맞는다. 정부 발표만 믿고 보트를 사들이는 등 투자에 나선 주민들이 빚더미에 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복잡한 국정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활용하는 장소로 대통령 휴양시설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지역개발 후퇴나 주민고통을 담보로 한 대통령 전용별장은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한번 방문 할 때마다 마을 곳곳을 수색할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 연출된 적도 있었다. 이런 시설은 독재 시절에는 맞을지 몰라도 참여정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남대 개방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청남대 개방공약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단골 메뉴였지만 선거가 끝나면 늘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청남대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만 해도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나 현실로 나타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남대 개방은 충청권 관광 개발사업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충북지역 최대의 숙원사업이 해소돼 그동안 중단됐던 관광개발사업이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대전광역시 동구와 대덕구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당장 동구는 대청호 자연생태관의 완공을 앞당기는 등 이 지역을 관광명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덕구 역시 청남대까지 시내버스 노선 연장을 건의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남대가 어떤 형태로 개방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년 만에 최고 통치권자의 전유물에서 주민 곁으로 다가오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결정이라고 할 만하다. 원성의 대상이기도 했던 청남대가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쉼터이자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나 지역경제에도 한몫을 해주길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청남대 개방 지시를 거듭 환영하며 실천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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