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풍오 남부본부 취재부장

'정직만이 가장 큰 재산이다.'

지난달 총각 군수의 딱지를 뗀 나소열 서천군수가 이달부터 군수의 고유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를 군 홈페이지에 공개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군수 당선시부터 총각 군수라는 별명 아닌 별명으로 화제를 모으던 나 군수가 이번에는 업무추진비 공개 시사로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나 군의 단체장이 쓸 수 있는 시책 업무추진비의 주 사용처는 간담회비나 성금, 격려비 등 각 부서 내 사업추진 과정에 필요한 경비로 책정, 기관 업무추진비와 함께 일명 단체장의 판공비로 폭넓게 쓰여 모든 사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나 군수는 군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위해 연간 1억28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군수 업무추진비 공개란'을 신설, 매주 일일 사용내역별로 세부적으로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개는 나 군수가 지난해 군수 선거에 출마, 후보로 활동하면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세부적으로 공개해 투명행정을 펼쳐 보이겠다고 약속해 이뤄진 것으로 당초 홈페이지 재구축 때 반영해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홈페이지 재구축사업 시기가 금년 말로 늦춰짐에 따라 지체할 수 없어 우선 3월부터 군 홈페이지 공지 사항란에 매주 일일 사용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나 군수의 업무추진비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가 단체장 중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채현병 홍성군수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일 판공비 사용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판공비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뒷거래나 은밀한 거래를 위해 비축한 자금으로 오해하고 있다. 실제로 잘못 활용한 판공비로 인해 세인들의 입방아 오른 사건, 사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또 일부 단체장들은 술값이나 밥값, 접대비로 주로 사용해 주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고을을 다스리던 수령들에게 은결(隱結)이라는 공식적으로 보장된 판공비제도가 있었다. 조정에 바치는 정식 조세대장에 올리지 않고 조세를 거둘 수 있게 보장된 농토다. 고을에 따라서 본결 필지보다 은결 필지가 많은 고을도 적지 않아 연간 은결이 1000섬을 넘는 고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불법적으로 판공비를 조달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병역을 유예해 주거나, 죽은 사람에게 세를 매기고, 아이 밴 임산부에게 1.5배의 배삯을 받는다던지 해서 사리를 채우는 데 사용돼 백성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정직하게 덕(?)을 베푼 경우도 있다.

지난 99년 퇴임한 윤 관 전 대법원장은 판공비를 아껴 쓰고 모은 3억원 가량을 9900여명의 전국 법원직원에게 2만~3만원씩 2~3년 동안 추석 '떡값'으로 나눠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윤 대법원장은 취임 후부터 외부 모임을 삼가고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 등 구두쇠 같은 청빈한 생활을 하며 직원들에게 추석 위로금을 준 것이다.

판공비는 주민들의 혈세로 조성된 공공자금이다.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주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또 적절하게 적당한 용도로 사용되는지 감시해야 할 책임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 군수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환영하는 바이다.

군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만큼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한점 의혹 없는 투명한 사용과 도덕적으로도 진실한 판공비 공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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