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충북도 노인일자리 박람회

▲ ["내가 갈만한 곳이 있을까"]2005충북노인일자리박람회가 1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한 노인이 취업안내책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한상현 기자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노인 일자리박람회가 열린 청주실내체육관.

11일 오전 10시부터 힘찬 재도약을 꿈꾸는 노인들로 행사장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일하는 기쁨, 활기찬 노후'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희끗희끗한 백발, 깊게 패인 주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 30대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진 노인들의 구직행렬로 그야말로 장사진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날 노인들에게 제공된 일자리가 경비원, 주차관리원, 주유원, 세차원 등 단순 노무직에 집중돼 있어 초고령화시대를 앞두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개선과제로 떠올랐다.

KT에서 28년을 근무하다 얼마 전 퇴직한 이종호(57)씨는 "집에 들어앉아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어 박람회장을 찾았으나,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인 데다, 보수도 적어 어디에 이력서를 내야할지 망설이고 있다"며 '사오정 오륙도'에 실업자를 양산하는 정부정책을 원망했다.

그러나 직종과 보수를 걱정하는 것조차 '복에 겨운 소리'라며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시켜만 주면 좋겠다"는 장탄식도 들려왔다. 옥천읍 금구리에서 왔다는 박영(80)·이규영(70) 할머니는 "나이가 너무 많다며 이력서도 받아주지 않더라"면서 "나이 먹은 게 죄지 뭐,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 돈벌이도 할 수 없으니…" 라며 쓸쓸히 발걸음을 되돌렸다.

이날 박람회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고령 구직자들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권영각(77·전 음성군 삼성면장)씨는 "좋은 말 놔두고 '실버(Silver)'가 다 뭔 말이냐"며 "정부는 '실버'니 뭐니 국적불명의 용어를 들이대지말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성토했다.

권씨는 "본격적인 노령화시대를 맞아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조정하고, 그 예산을 고령층에 투입해야 한다"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정책에 대한 한가닥 바람도 피력했다.

교직에 몸담았던 이윤우(78·청원군 부용면 부강리)씨는 "한 어린이집에서 서예, 한문 등을 가르치며 매월 10여 만 원을 손에 쥐고 있으나 용돈도 되지 않는다"며 "지들(자녀)도 먹고살기 빠듯한데, 손을 벌릴 수 없어 행사장을 찾았으나, 나이가 많아 받아줄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심의보 노인박람회 사무국장(충청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노인인력을 3%이상 채용토록 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이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단순 노무직에 국한된 고령자 취업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심 국장은 또 "노인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할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들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건강하지 않은 노인은 사회가 '수발'을 드는 역할을 해주고,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도내 인구 148만 9635명 가운데 55세이상 인구는 28만 9076명으로 대다수가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날 노인박람회를 통해 1543명이 구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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