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유사휘발유 급속 잠식

"생명수 배달되죠? 여기 두 통만 빨리 배달해주세요"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정품 휘발유에 비해 ℓ당 최대 700원이 저렴한 유사휘발유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생명수'로 통할 만큼 유류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 고유가 반발심리 '생명수'로 통해
?? 생계형 제조·판매 단속도 눈감아
?? "이대로 가다간 유류혁명" 우려

지난 9일 오전 대전시 서구 월평동 모아파트 지하주장에서는 유사휘발유를 넣기 위해 10여 명의 운전자들이 차량 주입구를 열어놓고 배달차량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선 승합차는 돌아다니면서 차량에 부착된 모터를 이용, 신속하게 주입하고 돈을 받은 후 유유히 사라졌다.

이날 유사휘발유를 주입한 한 운전자는 "1주일 한번씩 같은 라인에 사는 이웃들이 함께 생명수를 배달시킨다"며 "10대 이상 한꺼번에 배달시킬 경우 개인적으로 이용하면 18ℓ 1통에 1만 6000원을 줘야 하는 데 1만 4000원에 할인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기름 값이 턱없이 비싼데 제대로 기름을 넣을 수 있겠느냐"며 "1년 넘도록 유사휘발유를 사용했지만 차에도 큰 무리가 없고 가격도 저렴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 갈마동 모기업 건물 주차장에서도 유사휘발유를 넣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운전자에 따르면 유사휘발유를 배달주문을 하지 않아도 1주일에 2차례씩 정기적으로 차량이 와서 주입해주고, 또 기름이 바닥났을 때 사용하라고 2ℓ들이 통까지 무료로 주고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유사휘발유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누가 볼까 마음을 졸이며 이용했지만 지난 4월부터 운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지면서 요즘은 전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경찰도 이제 웬만큼 규모가 크지 않으면 생계형 유사휘발유 제조·판매 업자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것이 보편화됐으며, 심지어 판매장을 차려놓고 유사휘발유를 판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경찰관계자는 설명한다.

유사휘발유의 이 같은 대중화는 세금이 57%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휘발유 판매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반란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휘발유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유통되면서 세금이 탈루된다는 것인데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며 "이대로 간다면 유류시장을 유사휘발유 업자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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