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회장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5분 서울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참으로 끔찍스런 일이었다.

사망자가 501명, 부상 937명이었으니 세계가 떠들썩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후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사망신고를 늦게한 유가족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유가족측에서 시신발굴작업이 지연됐고 발굴된 시신의 확인작업이 제때에 안돼 늦었다고 항변했으나 시 당국은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6월 29일'은 엄연한 사망일자라 도리없다고 과태료 부과를 강행했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얼마나 우리 법과 행정이 경직되어 있는가를 말해주는 사례다.

대전시는 올해도 시민의 날을 맞아 '대전시 문화상' 시상식을 지난 7일 많은 시민들의 박수속에 가졌다.

대전시 뿐 아니라 모든 시·군 지방자치단체가 가을을 맞아 나름대로의 축제를 갖고 문화상을 시상하거나 그 지역을 빛낸 인물들을 여러 가지 이름으로 표창한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남다른 수확을 거둔 농부도 있고 장애자를 내몸 같이 돌본 봉사자도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내년 지방 선거에 출마할 시장, 군수는 상장만 줄뿐 상금이나 상품을 주지 못하는게 올해의 진풍경이다.

이처럼 올해 영광의 주인공들에게 상금 500만원씩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기부행위로써 선거법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선심행정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 아닌가?

수상자는 결정해도 좋고 상금은 줄 수 없다는 해석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유치원 운동회도 상을 줄 때 연필 한 자루, 양말 한짝이라도 부상을 주는 법이다. 달랑 상장 하나만 주고 박수치는 것은 그 어디고 없다.

동네 씨름대회도 황소 한 마리가 걸린다.

노벨상은 왜 유명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노벨상이 상장만 주고 상금이 없거나 아주 작은 액수라면 그것을 타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권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상금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쌓은 업적에 대한 공적인 보상이다.

지역의 문화상도 마찬가지.

지역문화예술 창달과 지역사회봉사에 기여한 지역민에게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에 응당 상금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 이 상금은 당초 예산에 세워져 의회의 인준을 거쳤고 올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며 대전시의 경우 17년째 이어 온 것이 아닌가.

또 이들 수상자 대부분은 넉넉지는 않치만 상금을 받아 뜻깊게 사용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금 받을 권리가 있는 수상자에게 상금은 없고 상장 뿐이라니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여기서 또 한 번 삼풍백화점 붕괴로 죽은 유가족에게 사망신고 늦었다며 과태료를 부과한 경직성을 다시 보게 되어 안타깝다.
반드시 어떤 보상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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