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외래어 남발 … 공공기관도 뒷전

"비록 국민이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제 나라 말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559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소설'에 나오는 짧지만 큰 울림으로 남는 한 귀절이다.

이 소설에서 프랑스 교사가 모국어 사랑을 일깨우기 위해 말한 것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글날만 반짝, 우리말의 소중함을 지적하면서도 국적불명의 외래어 남발 행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한글날의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우리말 사용에 가장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마저 외국어나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있어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도의 경우 '직원 토론의 날', '자유토론의 날' 등 다양한 표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을 '브레인 스토밍 데이(Brain stomim day)'로 설정·운영하고 있어 외국어 남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영어 이니셜 등을 조합해 '충북 관광' 대신 '씨비 투어(CB TOUR)'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씨비 투어의 가을여행'이라고 명시해 '투어'와 '여행'이 마치 다른 말처럼 열거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바이오토피아 충북', '밀레니엄타운 조성', '디지털 도정소식' '포토 새소식' 등 영어끼리 조합하거나 영어와 한글을 조합해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클러스터, 유비쿼터스, BT(생명공학)·IT(정보통신)·NT(나노정밀) 등 전문용어를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어 이를 이해하는 도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밖에도 질문과 대답을 뜻하는 'FAQ', 'Q&A'를 비롯 '메일링 신청', '뷰어 프로그램', '사이트맵' 등 적절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한글사용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시민 곽영석(35)씨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글과 한글날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글을 사랑하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각계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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