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건]지난 4일 대전지역 존속살해·자살사건

지난 4일 오후, 대전에서는 2명의 '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했다.

1명은 아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 당했고, 다른 1명은 자식들의 무관심 때문에 스스로 목을 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들의 죽음은 현상적으로 타살과 자살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생활고와 가정해체라는 공통의 이유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10분경, 대전시 중구 문화2동 H빌라 1층에서는 이모(50)씨와 그의 아들(23)이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오빠가 전에도 아버지를 폭행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집 압류 등의 문제로 자주 말다툼했다"는 이씨 딸(21)의 말이나 "평소 부자간에 자주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38·여)의 말로 볼 때 이들이 말다툼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 만의 일은 아니었다.

말다툼은 최근 이씨가 동생의 빚보증을 섰다가 집이 압류된 것 때문이었다.

또 이씨가 용선공으로 근무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이어나갔지만 지난해 군대를 제대한 아들은 직장을 구할 생각 없이 빈둥거리자 부자의 불화는 날로 깊어만 갔다.

급기야 이날 말다툼을 벌이던 중 아들이 아버지의 가슴과 목덜미를 흉기로 마구 찌르고, 둔기로 머리와 가슴을 때려 살해하는 처참한 사건이 벌어졌다.

생활고에 따른 가정불화가 결국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자신의 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A(65)씨의 경우는 무관심이 빚은 또다른 종류의 '타살'였다.

A씨에게는 부인과 자식들이 있었다.

그러나 부인은 집을 나간 뒤 아무 소식이 없고, 자식들 역시 전화 한 통 없었다.

지난 추석 때에도 홀로 외롭게 보내야만 했다.

더군다나 빌라 월세는 벌써 6개월치나 밀린 상태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주일 전부터 집 주인의 월세 독촉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었고, 자식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던 그는 친구들에게 "월세를 낼 돈이 없다"며 처지를 비관해 오다 급기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한 경찰관은 "지난 8월 30대 가장이 보험금을 노리고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등 처참한 살해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생활고 등에 따른 가정해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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