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건]김남원 前청주서부경찰서장 잠적 1년7개월

부하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돈을 받아 잠적했던 김남원(49) 전 청주서부경찰서장이 사건 발생 1년 7개월여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8일 오후 4시경 수사대를 급파해 서울시 면목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방을 얻어 도피생활을 해온 김 전 총경을 체포했다.

김 전 총경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청주 서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며, 부하직원 23명과 경찰 유관단체 관계자 등 모두 29명으로부터 모두 7억 8600여 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와 공갈)로 구속됐다.
△사건 발생?????
김 전 총경은 지난 2003년부터 심사로 승진했거나 승진대상에 오른 부하직원 23여명과 지인 6명으로부터 모두 7억 8600여 만 원의 돈을 빌린 뒤 돌연 잠적해 사기와 공갈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승진대상에 올랐던 A씨는 지난해 김씨의 요구를 받고 3000만 원을 부인명의 통장으로 입금시켰으며, 승진을 앞두고 있던 B씨도 2000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000만 원의 돈을 빌려줬다.

특히 C씨는 아들의 집까지 담보로 1억 원을 대출받아 빌려줬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직원들 대부분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 김 전 총경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김 전 총경은 지난해 2월경 언론에 의해 사건 실체가 드러나면서 돌연 사표를 내고 잠적한 뒤 1년 7개월여 만에 검찰에 검거돼 도피생활의 종지부를 찍게됐다.

△초라한 도피행각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돈을 모두 탕진했던 김 전 총경은 경남 산청과 합천, 충남 금산 등의 암자에서 부인과 함께 은신하며 도피생활을 해왔다.

수억여 원의 돈을 빌렸지만 도박자금으로 모두 날리고, 도피자금이 없어 전국 사찰을 떠돌며 수개월씩 일을 해주며 머물러 온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경북 안동의 사글세집이나, 검거 당시 거주했던 서울시 면목동 월세방도 햇빛조차 들지 않는 15만 원짜리 단칸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수사 미흡
김 전 총경이 돌연 잠적한 이후 충북경찰청은 지난해 3월 22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수사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경찰은 김 전 총경이 잠적한 뒤 1년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이다 검찰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사건을 청주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2개월 만에 김 전 총경을 검거해 그동안 경찰이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총경 가족 등 40여 명의 전화통화 내역과 금융기관 거래계좌 추적, 주변인물 등을 대상으로 한 통상적인 수사를 통해 김 전 서장을 검거해 그동안의 경찰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향후 경찰수사
김 전 총경이 장기간 검거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숱한 의혹들이 제기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당초 수사에서 드러난 7억 8600만 원 외에 김 전 총경이 빌린 돈이 더 있을 가능성과 승진과 전보 등 인사와 관련한 청탁설, 고위층의 비호세력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김 전 총경에 대해 오는 7일까지 강도높은 보강수사를 벌여 그동안 제기됐던 숱한 의혹을 벗긴다는 방침이다.

특히 김 전 총경이 금품을 고위층에 상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어 모든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직 경찰서장이 도박에 빠져 초라한 신세로 전락할지 몰랐다"며 "김 총경에 대한 모든 의혹이 밝혀져 실추된 경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