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형 대전시의원

중국 '사기'에 사목지신(徙木之信)에 관한 얘기가 있다. 진나라 법치사상의 대표격인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사회는 법질서가 문란하고 백성의 국법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었다. 상앙은 이를 염려해 도성 남문 쪽에 나무를 심어두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금 열냥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상앙은 상금을 금 오십냥으로 올렸다. 그러자 한 남자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나무를 북문에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상금을 내렸으며 여러 법령을 내놓고 법을 어기는 자에게는 가차 없이 처벌하는 등 신상필벌을 적용했다고 한다.

사목지신은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 않거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말로 이목지신(移木之信)과 동의어로 쓰이는 고사성어이다.

최근 정치권의 불법 도청과 관련한 X파일과 지방공무원의 비리사건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전시에서도 해마다 불거지는 공무원비리 근절을 위해 많은 처방을 내놓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공무원들로 치부되긴 하지만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으므로 사목지신과 같은 단호한 조치가 절대적이다. 200만원이란 액수가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뿌리를 근절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부정부패요, 불신의 벽인 것이다.

'사목지신'은 정치에서 필요충분조건이다.

정치에는 플러스(+)정치와 마이너스(-)정치가 있는 것 같다. 플러스(+)정치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국민이나 지지자들을 포용하는 정치이고 마이너스(-)정치는 내편이 아닌 사람이나 집단을 솎아 내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가를 보면 마이너스 정치와 플러스 정치가 혼재된 것 같다. 유리할 때는 붙고 불리할 때는 떨어지는 약삭빠른 정치는 결코 사목지신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나 국리민복의 사명감도 없이 그저 자신의 입신양명-선거당선이 솔직한 표현이겠지만-만을 위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는가 하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입당원서를 구걸하다시피 강요한다는 괴소문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현실이다.

정치는 플러스 정치여야 한다. 국민통합을 빙자한 코드 맞추기는 플러스란 가면을 쓴 마이너스이다. 플러스 정치의 근간은 삼정(三正)에 담을 수 있다. 정직(正直)과 정의(正義)와 정도(正道)를 일컬음이다. 정직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함을 의미하며, 정의는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진실함을 뜻하고, 정도는 모든 일을 행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진실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삼정(三正)과 무관한 이념논쟁은 무익하고 무의미하다. 삼정(三正)을 외면한 개혁은 위선일 뿐이다. 결국 정직과 정의와 정도 이 세 가지를 회복하는 것이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며 민주·선진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

삼정(三正)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는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사목지신의 신의(信義)를 지키기 위해 오해를 무릅쓰고 길을 바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 길을 간다는 마음의 다짐과 그 길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여러 갈레다. 정치나 행정에 있어 각자 로드맵은 달리 할 수 있으나 그 길은 국민중심의 정직과 정의의 정도가 아닐까 한다.

정직과 정의를 지키려는 정도에 대한 국민의 눈도 높아졌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스스로 던지며 답하는 평생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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