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황혼男 그에게 다가온 '77센트 새희망'

7일 개봉하는 영화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는 정년을 맞은 퇴직자의 서글픈 풍경과 좌절, 그리고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등 지극히 평범한 소재로 구성돼 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시종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치게 된다. 퇴직 후 몰려오는 생의 공허함, 홀아비 생활의 궁상, 부모 마음대로 안되는 자식 등 퇴직 회사원의 삶을 통해 우리 일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슈미트'는 수십년 몸바친 회사에서 내몰린다. 결혼한 지 42년이 지나 매력은 사라지고 하는 짓마다 짜증나게 했던 아내는 그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뇌졸중으로 세상을 뜨고 나중에는 그녀가 옛날에 자기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하나뿐인 혈육이자 마지막 희망인 딸 '지니'는 사기꾼이 분명한 '렌달'과 결혼하려 해 이를 육탄저지하던 주인공은 구박만 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슈미트는 하루 77센트(약 1000원)를 기부하고 주고 받게 된 편지를 통해 탄자니아의 여섯살먹은 꼬마 '엔두구'가 자신을 아버지라 여기고 의지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유례없이 비극적인 장면이 경쾌한 코미디와 희극성으로 채색되면서 늙은 사내의 보잘 것 없는 초상은 관객들에게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와 과장이 판을 치는 오늘날의 영화판에서 '어바웃 슈미트'가 평범한 소재로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명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의 공이 크다.

또 '슈미트'역을 맡은 잭 니콜슨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로 관객들에게 탄성과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섬세한 연기를 소름끼칠 정도로 펼쳐내고 있다.

이 영화는 골드글러브의 각본상 수상과 더불어 잭 니콜슨에게 남우주연상을 받게 했다.

한 퇴직자의 삶을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따라 다니는 이 영화는 어찌보면 드라마틱한 맛이 거의 없어 젊은 관객들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산다는 게 다 그렇지'라는 씁쓸한 자조 속에서도 삶에 대한 따뜻한 그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지나온 생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하는 의미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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